지난해 우리나라 유명 셰프들이 '노 쇼, 노 셰프'(No-show, No-Chef)라는 이색적인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됐다. 예약을 해 놓고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손님들, 즉 '노 쇼'가 많아져 큰 손실을 입는다는 호소였다. 이런 현상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1주일 전에 레스토랑에 예약을 한 적이 있다. 그 레스토랑은 예약일 며칠 전부터 두 차례 이상 전화를 걸어와 조금 불편하게 느낄 만큼 약속 시간을 확인했다. 많은 사람이 레스토랑과 한 약속을 소홀히 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에는 민감하지만, 상대의 손실에는 관대하기 쉬운 의식 때문이다.
얼마 전, 이런 경험도 한 적이 있다. 호텔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너무 시간이 지체돼 택시 앱 서비스를 이용했다. 택시 앱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택시기사와 이용객이 약속을 하고 보다 빠르게 원하는 택시를 이용하는 서비스다. 택시 정보가 다 공개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어 종종 이용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속 파기'라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기사들은 짧은 거리를 거부하고, 이용객들은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탄 택시도 그런 상황이었다. 택시기사가 방금 일방적인 취소를 경험했던 탓인지 많이 흥분한 상태였다. 감정이 격앙돼 분노를 표출했고, 자신의 힘듦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최근 병원에서도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외래예약일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도 종종 예약 시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필자의 진료실도 환자의 외래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예약 시간을 정해 진료를 했다. 그러나 환자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아 다른 예약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는 문제가 생겼고, 제시간에 온 환자들은 불만을 표출해 진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예약 시간을 없애고 접수한 순서대로 환자를 보고 있다. 약속에 대한 의식이 좀 더 철저하다면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항상 안타깝다.
올해는 재주 많고 가족애 많은 원숭이의 해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서에 딱 맞는 모습이다. 서로를 가족처럼 사랑한다는 것은 큰 덕목이다. 그러나 약속을 어기고 신뢰를 잃으면 한순간에 남이 되고 적이 된다. 이제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며 사는 새해가 되길 소망한다. 작은 것부터 바꾸어 실천하다 보면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재치 있게 '병신년 원숭이'를 풀어 쓴 SNS의 글처럼 인사를 나누고 싶다. '병'도 없고 나쁜 일 하나 없이, '신'년에는, '년(연)'중무휴로 언제나, '원'하는 모든 일들이, '숭'숭 시원하게, '이'루어지길 바란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