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배우 이병헌

영화 '내부자들'이 흥행해 3시간짜리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지난해 마지막 날 개봉했다. 여전히 흥행세를 과시하고 있다. 확장판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배우 이병헌(44)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미소였다.

영화 '내부자들'이 600만 관객을 넘고서는 관계자들과 조촐하게 칵테일 '모히또'를 곁들인 파티도 했고, 흥행 공약이었던 프리 허그 이벤트와 영화 속 삽입 노래인 '봄비'도 열창했다. 건치를 드러내며 웃는 미소가 특히 눈에 띄었다.

'내부자들'이 개봉하기 전 아니, 개봉 후에도 '50억 협박녀' 사건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이병헌. 오랜 기간 연기를 하며 쌓아온 입지는 한순간에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잘못은 분명 상대가 했지만 이병헌도 도의적 잘못을 추궁당했다. 일부 팬들은 무작정 "이병헌의 연기를 보기 싫다"고 했다. 꼭 협박녀 사건 때문은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전작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 참패했기에 차기작의 흥행 여부도 관심이 많았다. 꽤 많은 화살이 이병헌으로 쏠렸다. '내부자들'도 개봉하기 전 우려를 샀고, 개봉을 몇 차례 연기해야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영화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이병헌은 '내부자들'을 통해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물론 이병헌은 여전히 조심스러워 보이긴 했다. 그는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라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고 이렇게 세고 거친 영화인데도 사랑받아 기분이 좋다. 관객들 덕분"이라고 좋아했다. 그러면서 "내 문제로 배우들이나 감독, 스태프, 우리 회사 식구들이 피해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아직도 '협녀'가 잘 안 된 건 나 때문인 것 같아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내부자들'도 마음에 들었는데 감독판은 더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3시간짜리 감독판이 개봉한다고 했을 때, 늘어지고 지루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다"며 "백윤식 선생님이 에필로그에서 소름 끼치는 대사와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나 한다. 백윤식 선생님이 본편에서 편집된 신에 대해 한탄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고 웃었다. 또 "나를 포함해 많은 배우가 원 없이 3시간짜리 영화에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좋아했다.

감독판은 백윤식이 연기한 신문 논설주간 이강희의 비중이 더 눈에 띈다. 본편이 안상구 중심이 돼 언론과 재벌, 권력의 유착관계를 무너뜨렸다면 감독판은 관객에게 패배감을 짙게 드리운다. 이강희 탓이다. 그의 비중이 더 높아 보일 수밖에 없다.

주인공으로서 아쉬울 법하다. 하지만 이병헌은 "전혀 내 역할이 작아 보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야기가 더 좋아졌다. 감독판에서는 이강희와 안상구 두 사람의 관계라든가 성장 부분에 대해 좀 더 집중했고, 각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한 것 같다. 묘한 감흥을 줬다"고 만족해했다.

'내부자들'은 안상구의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할까?"라는 대사도 유행됐다. 관객의 반응이 좋았다. 이병헌은 "현장에서 떠올라 장난처럼 바꿔서 연기했는데 OK 컷이 됐다"며 "영화가 잘 되니 작은 부분도 확대되고 사랑받는 것 같다. 배우로서 기쁜 일"이라고 즐거워했다.

감독판에서는 과거 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했던 깡패 안상구가 배우를 꿈꾸는데 연기를 못하는 자신의 소속사 신인 여배우에게 "꼭 배우를 해야 하느냐"고 묻고, "하긴 네 의지만은 전도연 뺨치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추가됐다. "'내부자들' 촬영 전 '협녀: 칼의 기억'에서 호흡을 맞춘 전도연이 떠올라 애드리브를 했던 것"이란다. 관객들도 웃고 좋아할 부분이다. 라면을 먹다 너무 뜨거워 뱉어버리는 장면은 또 봐도 웃음을 유발하는데, 이 장면도 이병헌의 애드리브였다.

이병헌은 "사실 난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번에는 안상구가 어수룩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관객 반응이 썰렁했으면 '이걸 내가 왜 했을까?' 걱정했을 텐데 호응이 괜찮은 것 같아 즐겁다"고 좋아했다.

'내부자들'이 인기였기에 최근 케이블채널 tvN 'SNL코리아6'에서도 개그맨 신동엽이 이병헌을 패러디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병헌은 "TV를 보진 않았지만 어머니가 보시고 알려줬다"며 "어쩐지 동엽이가 '영화 잘 봤다'고 문자를 보냈더라. 동엽이가 무척 바쁜 친구라는 걸 아는데 영화 봤다고 해서 놀랐다. 알고 보니 그런 이유가 있었다"고 웃었다.

이병헌은 '내부자들'에 많은 걸 쏟아냈다. 전라도 사투리도 영어를 배우듯 전라도가 고향인 연극배우와 함께 '특훈'했고, 파격적인 곱슬머리 스타일도 선보였다. 미국에서 촬영하다가 후반 마지막 신을 위해 재촬영에 나서기도 했다.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내놓기 위해서였다.

관객이 이병헌에게 면죄부를 준 건 아닌 듯하다. "이병헌, 연기로는 함부로 깔 수 없다"는 댓글이 많은데, 이병헌이 다른 흠결이 있다는 걸 모두 안다는 이중적 의미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열심히 연기하겠다"며 "관심에 감사하다"고 재차 고마워했다.

이병헌은 차기 한국작품으로 강동원'김우빈과 영화 '마스터'로 호흡을 맞춘다. 그는 "두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 호흡이 어떨지 잘 상상이 안 돼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을 이병헌이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연기에 빠져들 것 같다. '내부자들' 촬영 중일 때 협박녀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보여줄 건 연기밖에 없다는 듯 보란 듯이 흔들리지 않고 연기했다. 그 결과물이 이번에 나왔다. 하긴 '협녀'에서도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하지만 이병헌의 연기가 그나마 제일 나았다. 다음 작품에서 그는 더 대단한 모습을 선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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