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성군 하빈면 '묘골'엔 조선시대 사육신 중 한 사람인 박팽년의 후손인 순천 박씨들이 산다. 원래 성주 이씨들이 많았으나 박팽년 선생의 유일한 혈손을 임신하고 있던 둘째 며느리(성주 이씨로 친정이 묘골이었다)가 이곳에 숨어 살면서부터 박씨 세거지가 됐다.
왕위를 찬탈한 세조는 박팽년 집안의 남자는 죽이고 여자는 노비로 만들었다. 임신 중이던 이씨 부인 역시 대구 관아의 노비가 됐는데, 당시 이씨 부인의 몸종도 임신 상태였다. 이씨 부인은 자신이 낳은 아들과 몸종이 낳은 딸을 바꾸고, 아들을 '박비'(朴婢), 즉 박씨 성을 가진 노비라고 이름 지었다. 묘골의 순천 박씨는 그렇게 살아남았다.
이런 이야기는 역사의 그림자까지 살피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알기 어렵다. 대구 달성군(군수 김문오)은 '달성의 모든 이야기'를 찾아 담기로 하고, '대구의 뿌리 달성 산책' 총 50권을 발행한다. '달성 마을 이야기/이영진' '달성의 소리/정은하' '사문진과 한국 첫 피아노/손태룡' 등 3권은 총 50권 중 1차로 발간한 책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지역의 이야기를 찾아 50권에 이르는 대규모 인문학 총서를 발행하기로 한 것은 달성군이 처음이다.
총서 1권은 '달성 마을 이야기'로 도시화, 산업화 과정에서 묻히고 잊혀 가는 달성의 마을 역사를 되짚어 본다. 옛 시골 마을은 현대 도시와 달랐다. 구성원들은 근린 관계로 묶여 있으며, 부조, 품앗이, 울력 등을 통해 경제적으로, 물리적으로 서로 도왔다. 마을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면 마을 사람들이 나서서 대가 없이 도와주었던 것이다. 세금을 내는 것으로 '마을의 모든 일은 전문가가 알아서 하시라'는 현대 도시와 사뭇 다른 점이다.
달성군은 '마을 이야기'를 찾아 정리함으로써 잃어버린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내일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총서 2권 '달성의 소리'는 오랜 세월 달성에서 불리고 전해져온 전통 민요를 찾아 기록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민요가 없는 지방은 없다. 그러나 전국에서도 영남, 영남 중에서도 달성군에 민요가 많았다. 다양한 상엿소리를 통해 달성 사람들이 사별할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지신밟기 소리를 통해 옛 사람들은 무엇을 두려워했고, 무엇을 소망했는지 알 수 있다.
사람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과학의 시대'에 사람이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으되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옛 사람들의 노래로 엿볼 수 있다.
총서 3권은 '사문진과 한국 첫 피아노'로 사문진 나루터에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들어온 역사적 사실을 조명한다. 당시 미국 선교사가 가져온 피아노가 들어옴으로써 대구에 서양의 근대음악이 소개되었다.
특히 이 피아노는 우리나라 서양음악의 향방을 결정지은 1세대 서양음악가들을 배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내용은 '100대의 피아노 콘서트'로 대구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책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김문오 달성군수는 "이번에 달성군이 기획, 발간하는 인문학 총서를 통해 달성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군민들은 물론이고 시민들에게 '대구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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