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도 매일신문을 계속 구독할지 말지 고민 중인 독자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종이신문 기자인 저는 언론학자들이 말하는 '활자 매체의 위기'가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요즘 어디 가서 "매일신문 한 부 구독하시죠"라고 권하면 돌아오는 답은 다음의 둘 중 하나입니다. "집에 신문 보는 사람이 없어요" 혹은 "요즘 신문을 누가 봐요. 여기(스마트폰) 다 있는데"이죠. 가정에 신문을 읽는 사람이 없다면 굳이 더 할 말은 없습니다. 다만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읽는다는 사람에게는 대꾸하는 말이 있습니다. "텍스트뿐만 아니라 기사가 어느 면에 어떻게 배치됐는지도 기사입니다. 아직 웹이나 앱으로는 이걸 대체할 수가 없습니다"라고요.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입니다.
활자 매체의 위기는 가정에서도 느낍니다. 제게는 열 살 터울인 동생이 있습니다. 여태껏 그 아이가 책 한 권 제대로 읽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동생이 신문 읽는 모습도 본 적 없습니다. 저희 집은 매일신문을 포함해 신문을 세 종류나 구독하는데 말이죠. 한마디로 활자 매체와는 담을 쌓은 겁니다. 그렇다고 그 아이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상매체와 가깝게 지내다 보니 활자보다 다른 미디어를 좋아하는 게 당연합니다. 게다가 그 아이의 손에는 활자 매체보다 훨씬 재미있고 24시간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전자매체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모습이 저희 집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닐 테지요.
저는 지난해 12월 초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사서 읽었습니다. 그 책은 현직 기자가 자신이 속한 매체에 쓴 칼럼을 엮은 겁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제 눈길을 확 사로잡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그는 영화감독 박찬욱, 봉준호가 2013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말을 인용했습니다. 두 감독은 "우리의 라이벌은 다른 영화가 아니라 개그콘서트, 게임, 스포츠, 등산, 예배당"이라고 했답니다. 저자는 이 말을 그대로 받아서 '신문 역시 영화, 페이스북, 무한도전, 히든싱어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하며 글을 세웠다 부쉈다가를 반복한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신문이 SNS, TV 등 다른 매체보다 재미가 없다면 굳이 구독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런 매체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당장 구독 중지해야겠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올해 목표가 생겼습니다. 2016년에는 영화보다 더 재미있고 SNS보다 양질의 기사를 써보려 합니다. 쉽지 않겠죠. 제가 읽은 책의 저자는 현재 부장급 기자이자 논설위원입니다. 저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심후한 내공을 가진 자입니다. 그런 그도 니체가 말한 대로 피로 글을 쓰는데, 그 정도 글을 쓰려면 저는 해산의 고통을 감내해야겠죠. 이런 노력이 있어야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신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한 번 지켜봐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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