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해체의 그늘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해체로 인해 구성원 간의 관계가 단절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해체로 상처받은 아이들과 고독사 문제다.
◇상처받은 아이들… "학교 밖으로"
#외동딸로 부족함 없이 자라 밝은 성격이었던 중학교 3학년 은영(가명)이. 중학교 1학년까지 모범생이었던 은영이는 불과 6개월 사이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술'담배를 하며 늦게 귀가했고, 심지어 학교에서는 은영이가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왕따까지 당했다.
착실했던 은영이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부모가 사실상 이혼상태라는 것을 알고 난 뒤였다. 친구들에게조차 고민을 말하지 못하다가 한 온라인 카페에 본인의 이야기를 올렸고, 그곳에서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어울려 다닌 것이 은영이의 청소년 시절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관계 단절 어른들…"나 홀로 최후"
#지난해 12월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백골 상태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홀로 살던 50대 남성이었다.
20여 년 전 부인과 이혼한 뒤 아들과 함께 살았지만, 7년 전쯤 아들이 직장을 찾아 떠나면서 홀로 살게 됐고, 아들과의 연락도 점차 뜸해지면서 그는 혼자가 됐다.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았음에도 하루에 담배 2갑을 피웠고,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이 없었다. 결국 건강이 악화돼 죽음을 맞았고, 5개월이 지나 백골이 돼서야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가족해체의 그늘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가족해체로 인해 구성원 간의 관계가 단절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해체로 상처받은 아이들과 고독사 문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절반이 가족해체 겪었다
가족해체는 청소년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이혼 등 가족해체를 겪은 청소년 중에는 은영이의 사례처럼 비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의 절반은 가족해체 문제를 안고 있다.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의 '2015년 학교 밖 청소년의 실태'에 따르면 ▷입학 후 3개월 이상 결석한 청소년 ▷재적'퇴학 처분을 받거나 자퇴한 청소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은 청소년 등 491명의 학교 밖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52.5%(258명)가 부모의 이혼, 별거 등 가족해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사춘기를 심하게 겪으며 반항하는 경우와 가족해체로 인해 상처받거나 제대로 된 관심을 받지 못한 경우다. 내재적 요인으로 반항을 하게 되면 부모가 해결을 위해 나서지만, 가족해체가 일어나면 자녀에게 관심을 쏟기 쉽지 않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준기 대구청소년상담복지센터 대외협력 팀장은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들은 부모가 상담소에 직접 아이를 데리고 온다. 하지만 가족해체로 인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이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각종 비행과 범죄에 더 쉽게 빠져들기도 한다"며 "센터에서 49명의 상담사가 이런 아이들을 직접 찾아가는 '청소년 동반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해체로 아이들이 겪는 고통을 단순히 개인사가 아니라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비자발적 1인 가구의 쓸쓸한 죽음
고독사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고독사 추이를 짐작해볼 수 있는 무연고 사망자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적으로 2011년 682명에서 2014년 1천8명으로 47.8%나 증가했다.
최근 고독사의 특징은 40, 50대 남성층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이혼 등 가족해체 이후 비자발적으로 1인 가구가 된 남성들이 건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가 쓸쓸하게 죽어가고, 그 시신도 한참 뒤에 발견되는 것이다.
과거 홀몸노인의 문제로 여겨졌던 고독사는 가족해체로 홀로 사는 40, 50대 남성의 문제로 넘어왔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무연고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 1천8명 중 남성이 75.8%였다. 연령별로 60대 미만이 46.4%였고, 이 중 40대 미만이 18.1%, 50대가 27.8%를 차지해 고독사가 홀몸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다.
유품 정리 대행업체 스위퍼스가 2012년부터 2015년 9월까지 맡은 234건의 고독사 유품 정리 및 장례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9.3%(92명)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40대가 16.6%(39명), 60대가 14.1%(33명), 70대가 11.6%(27명) 등의 순이었다. 성별은 남성이 189명으로 80.8%를 차지해 여성(45명'19.2%)에 비해 훨씬 많았다.
한국1인가구연합 고독사방지센터는 "고독사의 주요 원인은 가족해체 등 인간관계망 약화다. 결국 근본적 해결책도 관계망 복원에 있다"며 "40, 50대의 고독사가 점차 많아지면서 45세에서 65세 사이 계층을 중심으로 회원을 받아 후견인 등이 되어주는 법률지원단을 운영하고 1인 가구에 제2의 가족과 결연을 하는 등 고독사 방지 운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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