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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침은 정말 일침(一鍼)이어야 할까?

'침은 일침이니까 한 번만 맞아보면 효과를 안다'는 말이 있다. 과연 정말 그럴까? 이는 달리 말하면 '침은 한 번만 맞아보면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곧바로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한의원에 오는 환자들 중에는 단지 한 번의 침 치료로 치료 효과의 여부를 쉽게 속단하고 치료를 더 이상 하지 않거나 다른 한의원으로 옮기는 경우가 그렇게들 많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신 자료에도 이런 성향이 잘 드러나는데, 한의원 침 치료의 대표 질환인 관절 및 결합조직장애 질환의 평균 내원 일수가 2.4일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한의의료기관에서는 불과 2.4일 만에 이들 질환을 충분히 잘 치료하기 때문에 이런 통계가 나온 것일까? 실은 단지 한 번의 침 치료만 받아보고 다른 한의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아서, 전체 환자의 평균 내원 일수를 대폭 낮추었기 때문에 나온 결과다.

흔히 듣게 되는 '침은 일침'이라는 말은 바로 '일침(一鍼) 이구(二灸) 삼약(三藥)'이라는 문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대한 환자분들의 해석이 재미있다. '침이 일등이니까 침 치료가 모든 치료 중에 제일 낫다는 말 아닙니까?'라거나 '일침은 한 번 침이니까 침은 한 번만 맞아보면 효과를 안다는 것 아닙니까?'라는 등 각양각색이다.

'일침 이구'는 한 번, 두 번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에서 질병 치료의 선후를 뜻하는 것이다. 한의학 치료에서 침, 뜸, 한약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3대 치료 수단인데, '일침 이구 삼약'은 이런 치료 분야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즉 응급 환자나 급성질환을 앓는 환자의 경우 우선 간편하고 속효성 있는 침 치료로 대처하고, 병이 완고한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에는 뜸과 한약을 함께 써서 치료하라는 뜻이다.

면역력이 약한 현대인들은 각종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양의학은 급성질환 치료에 강점을 보이지만, 이런 만성질환에는 충분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만성질환에는 내 몸의 방어력, 즉 면역력을 키우는 한의학 치료가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일침 이구 삼약'에 담긴 교훈대로 침, 뜸, 한약을 함께 써서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첫술에 배부르랴'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이런 의미에서 한약도 각각 그 쓰임새가 다르다. 응급 환자의 경우 약을 달일 시간적 여유가 없으므로 가루약이나 우황청심환 같은 구급 환약을 사용하고, 시간을 두고 병을 치료해야 하는 경우에는 달여 먹는 탕약 위주로 쓴다. 그리고 병의 뿌리가 깊은 만성병의 경우 알약 형태의 환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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