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OO고 출신 국회의원 만들자" 금배지 탄생 뭉치는 동문들

4'13 총선을 앞두고 우리 동문 국회의원을 만들자는 대구지역 고교 동문회의 움직임이 맹렬하다. 모교 출신 국회의원이 없는 고교는 금배지 동문을 만들기 위해 뭉치고, 어렵게 국회의원을 배출한 고교들도 동문 지키기에 힘을 보태는 등 총선판이 '동문대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구 북갑에 출마장을 던진 박형수 전 대구고검 부장검사는 영진고 총동창회장 출신이다. 박 예비후보는 지금껏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던 영진고 동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륜고 동문회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 등 과거엔 굵직한 정치인들을 배출했지만 현재 대구경북에선 이완영 의원(고령'성주'칠곡)만이 현역 의원이고 대구엔 이 학교 출신이 없다. 대륜고는 지난달 이 전 의장의 영결식 때 후배들이 단체로 몰려와 선배의 마지막을 배웅할 만큼 끈끈한 동문애(?)로 유명한 학교다. 대구 북갑 예비후보인 정태옥 전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대륜고 출신으로 금배지를 노리고 있다.

오성고와 대건고, 덕원고는 제19대 국회에서 윤재옥(달서을), 김상훈(서구), 홍지만(달서갑) 의원을 각각 배출해 국회의원 불모지에서 벗어났다. 이번 총선에는 예비후보자 중 대건고 출신이 대거 등장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달성군), 박영석 전 대구MBC 사장(달서갑), 조영삼 전 새누리당 중앙당 수석전문위원(북구을)이 모두 대건고 출신이다.

유시민 전 의원과 김재원(군위'의성'청송) 의원의 모교인 심인고 출신 예비후보도 2명 등장했다. 남호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달서병)과 윤두현 전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서구)이 심인고 선배의원들의 전통을 이어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총선에서 고교 동문의 힘을 등에 업으면 선거가 수월해진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정서를 바탕으로 주요 행사에 사람을 모아주거나 전화 여론조사가 돌 때 참여를 독려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이 지난해 수성갑 당협위원장에 도전하면서 남편의 출신 학교인 경북고 인맥까지 동원한 것은 고교 동문의 힘을 잘 알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현역 의원은 "동문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도와준다. 동문 행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나가서 인사한다"고 귀띔했다.

이와 반대로 한 지역에 같은 고교 동기생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곤혹스러워하는 학교도 있다. 경북고가 그렇다. 대구 동구갑 현역인 류성걸 의원과 이 지역 출마설이 나도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북고 57기 동기다. 57기 동기들이 정 장관에게 "비례대표를 하거나 다른 지역에 출마하라"고 압박성 권유를 했다는 이야기가 동문들 사이에 파다하다. 또 바로 옆 지역구인 동구을의 유승민 의원도 57기 동기로 동구에서는 '동기 동창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물이 차고 넘치는(?) 경북고는 선후배가 맞붙기도 한다. 수성갑의 여야 라이벌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북고 선후배 사이다. 고등학교뿐 아니라 대학교(서울대), 운동권 선후배로 40년 지기지만 선거사무소를 바로 옆 건물에 내놓고 경쟁하는 묘한 사이가 됐다.

하지만 경북고 파워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17대에선 대구 국회의원 12명 중 8명이 경북고 출신으로 거의 싹쓸이했지만 제18대엔 6명, 19대에는 4명으로 줄면서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경북고 중심의 구조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 대구시장 선거 때부터다. 민선이 시작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비(非)경북고인 권영진 시장(청구고)이 당선되면서 경북고의 아성이 무너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계는 물론 관료 사회, 경제 모든 분야를 약 60년간 경북고가 독점해왔지만 20대 국회에선 지금보다 경북고 금배지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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