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조선통신사 김홍도
신영곤 지음/ 도화원 펴냄
이 책의 주장은 충격적이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다. 요지는 정조 때 연풍현감이었던 김홍도(1776~1800)가 왕명을 받아 비밀 스파이로 일본에 파견됐고, 스파이 활동 중 그가 그린 그림이 일본에 남아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불가사의 우키요에(='우키요'는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는 말로 미인, 기녀, 광대 등 풍속을 중심 제재로 한다. 목판화가 주된 형식) 화가로 알려진 '도슈사이 샤라쿠'(東洲齊 寫樂)가 바로 단원 김홍도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결코 소설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물론 그를 뒷받침하는 문헌과 관련 자료들을 증거로 제시한다. 조선통신사는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200여 년간 지속됐다. 거의 모든 국왕들의 재위 때 파견된 셈이다. 그런데 정조 재위(1776~1800) 연간에는 일본의 국내 사정(?) 등으로 인해 단 한 차례 통신사 파견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체 일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정조로서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조가 스파이 파견이라는 대응카드를 꺼낸 배경이다.
문헌에 따르면 정조는 1794년 3월 5일 승정원 승지 전원에게 갑자기 외부 출장을 명령한다. 왕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 참견(=감시)하는 고위관리들에게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도록 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저자는 바로 이날 연풍현감 김홍도를 불러 에도로 잠입하도록 어명을 내렸다고 설명한다. 정조는 3일 뒤 '지방관 단체 하직행사'를 빌미로 '단원 의 비공식 에도 밀파의식'을 거행하고, 그 자리에서 (북방으로 떠나는) 한 장수에게 "그곳 풍토가 어떠한지 백성의 재물이 어떠한지 살펴보라. 상세히 관찰하고, 수집하고, 염탐하고 돌아오라"고 공개적으로 어명을 내린다. 일본으로 밀파되는 단원에게 했던 말과 동일한 내용일 것이다.
하직 알현 후 김홍도는 연풍현 부하들의 입단속과 신변정리 등을 마치고, 대마도를 통해 일본 에도에 도착하는 데 두 달에서 두 달 보름 정도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4월 하순이나 아무리 늦어도 5월 초쯤에는 에도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곳에서, 아무나 출입할 수 있는 가부키 극장에서 극장 배우들의 모습을 목판화로 제작해 판매하던 판화업자 츠타야 주자부로를 만나 일필휘지로 배우 그림을 그려 보임으로써 전속계약을 어렵지 않게 따냈고, 이 시기는 그의 이름 '동주재 사락'으로 낙관된 판화가 세상에 등장한 1794년 5월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당연히 김홍도가 밀명을 완수하고 귀국함에 따라 9개월 뒤 '동주재 사락'과 그의 작품은 일본에서 사라지고 만다.
현재 '동주재 사락'의 창작 작품은 모두 144점이다. '동주재 사락', 다시 말해 '도슈사이 샤라쿠'가 단원 김홍도라면 일본과 한국의 그림은 동일한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저자는 도슈사이 샤라쿠의 일본 작품과 한국의 김홍도 작품을 비교하며, 두 작품이 동일한 사람에 의해 그려졌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증거의 핵심은 두 작품에 동시에 관찰되는 거스트만 증후군 흔적이다. 단원 김홍도는 손발의 인지에 장애를 가진 거스트만 증후군 소지자였던 것이다. 단원이 영조-정조-순조의 3대 국왕으로부터 절대적 신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어진의 주관화사가 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단원의 유일한 초상화 합작품 서직수 초상화(이명기 얼굴-김홍도 몸체 담당)마저도 서직수의 손발을 감추어야 했다.
단원의 비밀 스파이 활동을 뒷받침하는 기록물은 더 있다. 단원이 일본에 있을 때 부하를 동원한 첩맞이, 부당한 사냥 세금 등으로 처벌이 건의됐다.(실록, 일성록) 당시 최고 권력기관인 비변사는 왕명을 받아 체포에 나서지만, 출두어명 11일이 지나도록 단원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절대왕권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은 또 일어난다. 2개월 뒤 정조는 (체포되지도 않은) 김홍도를 포함해 지방관 처벌에 대해 사면령을 내린다. 게다가 1795년 윤 2월 28일 정조는 고작 종6품에 불과한 김홍도 한 명만을 위해 직접 인사명령을 내린다.(일성록) "군직에 붙여 정식 관복을 착용한 채 (의궤청에) 상근토록 하라."
이때를 제외하고, 조선왕조 500년 동안 도화서 화원이 정식 관복을 착용한 채 군직(軍職)의 신분으로 상근했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정말 '도슈사이 샤라쿠'가 '단원 김홍도'일까? 312쪽, 2만5천원.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