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선시대 때 개발한 산화신기전은 세계 최초 로켓 무기…『우리 과학기술의 비밀』

우리 과학기술의 비밀/이명우 지음/평단 펴냄

우리나라 고대 과학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면 믿을까? 세계 종교나 사상에서 우리 민족이 대단히 앞섰다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많으나 '물질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는 말은 왠지 낯설다.

19세기 개항 이후 서양 주도의 과학문명에 종속되어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일제강점기 식민주의 교육으로 자기비하 경향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료와 유물에 근거해 우리나라 고대 과학기술 수준이 대단히 우수했음을 알려준다. 고조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무기, 금속공예품, 화약병기, 목조 및 석조 건축물 등 다양한 유물을 통해 우리의 혈관 속에 흐르는 과학기술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2천400년 전 고조선은 현대의 첨단기술인 나노 기술에 견줄 수 있을 만큼 초정밀 세공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조선의 다뉴세문경은 청동거울이 가질 수 있는 예술성과 함께 색상이나 반사율에서도 대단히 뛰어난 작품으로 당시 우리의 세공기술이 세계 최고이자 최첨단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신라 건축물 황룡사 목탑은 높이가 225척(약 80m)에 이르며, 1층부터 9층까지 각 층은 일본, 중화, 오월, 탁라, 응유, 말갈, 단국, 여적, 예맥 등 9개국을 상징하는데, 9층 탑을 세움으로써 이들 국가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서기 645년을 전후해 세계에서 고층 목조건물을 건축한 국가는 고구려, 백제, 신라 및 중국과 일본 정도다. 황룡사 9층 목탑은 이들 각 나라에서 건축한 어떤 목조건축물보다 높았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 높이의 목탑은 1056년 요나라 때 건축물로 중국 산서성 불궁사 5층 목탑인데, 높이는 67.31m다. 황룡사 목탑은 고려 고종 25년(1238년) 몽골군 침략 때 불타버렸다.

조선은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 무기 신기전을 제작했다. 소신기전, 중신기전, 대신기전이다. 대신기전은 15세기 세계 최대의 로켓으로 약통에 최대 3㎏의 흑색 화약을 채울 수 있었고, 목표물 도착 전후에 자동으로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복원해 발사실험을 한 결과 사정거리는 약 600∼700m로 밝혀졌다. 대신기전의 전체 길이는 5.6m로 이 정도 크기의 외국 로켓으로는 1805년 영국의 윌리엄 콩그리브가 제작한 6파운드짜리 로켓이었다. 대신기전보다 350년이나 늦게 나왔다.

조선이 개발한 산화신기전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최초의 2단형 로켓이다. 지금까지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2단 로켓으로 알려진 것은 루마니아의 콘래드 하스가 1529년 설계한 로켓인데 조선의 산화신기전에 비해 80년이나 늦게 나왔다.

순금 또는 금동으로 만들어진 고대 금관은 전 세계적으로 60여 점에 불과하다. 그중 50여 점이 우리나라 경주를 중심으로 한 가야 지역에서 발굴되었다. 신라의 금관과 견줄 만한 수준의 금관은 아프가니스탄의 틸리아 테페 6호분에서 발굴된 금관과 흑해 북쪽 해안의 로스토프 지역에서 발굴된 사르마트 금관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미술사의 태두 최순우 선생은 천마총 태환식 금귀고리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썼다.

"고리에 금 사슬을 늘이고, 금 화롱구를 달았으며, 그 아래 하트형 장식이나 나무 열매 또는 버들잎 모양의 금장식을 달았고, 때로는 화롱구에 하늘색, 초록색 같은 유리구슬을 박아서 그 아롱진 아름다움이 먼 신라 귀족사회의 꿈을 속삭여 주는 듯싶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고구려 제국을 이룩하는 데 바탕이 되었던 우리나라 고대 무기의 우수성에 대해, 2부는 고대 금속공예품, 3부는 고대 세계 최고이자 최대 목조건축물을 건설한 우리 목조기술, 4부는 동북아시아 거석문화의 기원인 고인돌을 시작으로 한 우리나라의 석조기술과 석조문화, 5부는 로켓 종주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발전했던 우리나라 화학병기와 로켓을 다룬다.

지은이는 ㈜애니라인테크놀러지 대표이자 '주민들의 서재 운룡 도서관' 이사장으로, 우리나라 역사와 고대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35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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