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면 누구나 한 해의 소망을 생각하고,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해서 이런저런 결심을 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로 올 한 해 성당의 신자들과 어떤 마음으로 함께 살아갈지 생각하는데, 문득 존경하는 노(老)사제로부터 예전에 들은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사람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얼핏 들으면 별말 아닌 듯하지만, '사랑하다'가 아니라 '사랑받다'라는 색다른 어투가 한참 동안 마음에 머무릅니다.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먼저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받기만을 원하면 결국 아무도 사랑받지 못합니다. 또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사랑에서 '너'가 받기를 원하는 사랑으로 주어 변경을 하라는 뜻일 것입니다.
에리히 프롬이란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어린애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있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사랑의 기술)
사랑은 먼저 다가가는 의지라는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내가 먼저 다가가는 수고와 노력을 힘들어합니다. 그 수고는 자기 노력과 희생을 동반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 희생이 크면 클수록 사랑도 더욱 커집니다. 그러나 수고와 노력이 없는 사랑은 꿈 같은 환상일 뿐입니다. 서로 먼저 다가가서 '너'가 원하는 사랑을 줄 때, 자연스럽게 우리 모두는 사랑받는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 그대로 썰렁한 유머 하나를 소개합니다. 어떤 목사님이 예배 도중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는 '썰렁해'입니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는 어디일까요?" 신자들이 머뭇거리자 목사님이 스스로 대답했습니다. "그곳은 '사랑해'입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항상 따뜻한 바다와 같이 사랑하는 마음이길 원합니다."
이 설교를 들은 순진한 자매 한 분이 남편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퇴근한 남편에게 애교스럽게 물었습니다. "여보. 내가 문제를 낼게요. 한 번 맞혀 보세요.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바다는 '썰렁해'래요. 그럼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바다는 어디일까요?" 남편이 답을 하지 못하자, 자매는 힌트를 줍니다. "내가 당신한테 자주 하는 말 있잖아요!" 이에 남편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바다."
하긴 '열바다'도 바다긴 합니다만, '열바다'보다는 '사랑해'가 낫겠지요. 지금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을 '나'를 중심으로 해석합니다, 그리고 내가 먼저 내어주기보다는 상대방으로부터 먼저 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무도 서로 받을 수 없습니다. 2016년 올 한 해는 '나'에서 '너'를 향해 중심을 이동해서 '너'가, 그리고 '내'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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