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천500억 주식 사기치고 6년 도피한 벤처사업가 영장

"사기금 사용처에 대해 묵비권 행사 중"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외국에서 대형 계약을 땄다고 속여 투자금을 챙기고 중국으로 도피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 등)로 벤처사업가 이모(4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4∼2008년 방송·통신장비 관련 비상장 벤처회사인 N사의 대표로 있으면서 아버지와 친척 등 공범을 동원해 등기되지 않은 주식 5억주를 유통, 1만여명으로부터 투자금 2천50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씨는 2006년 "홍콩에서 1천2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등 허위 보도자료·공시를 내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가짜 세금계산서를 구해 매출 실적이 많은 것처럼 허위 세무신고를 하고 외국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수출입 실적을 부풀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경찰 수사를 받던 2009년 중국으로 밀항해 가명을 쓰며 베이징 인근에서 도피생활을 해왔지만, 작년 10월 교민의 신고로 중국 공안에 붙잡혀 전날 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송환된 이씨에게 빼돌린 투자금의 사용처 등을 캐물었지만,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 중국 도피 생활 과정과 투자금 사용 내역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정치권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조사 대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당시 이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의 핵심 인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투자자들을 유치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정치권 연루설이 파다하게 돌았다.

경찰 관계자는 "정치권 연루 의혹은 관련 증언이나 증거, 고소·고발장 접수 등 구체적인 물증이 현재까지 없어 조사 대상은 아니다"며 "과거 수사에서 확인된 피해액은 260억원이지만 '2천500억원을 사기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신빙성이 있어 추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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