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난주에 여자 친구와 헤어졌어요." "많이 힘들겠다." "근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제가 너무 쿨 한 걸까요?" "아니, 사랑하지 않았거나 아님 상처받지 않아야 한다고 몸부림치거나, 근데 분명 아플 거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그 아이는 한 달 동안 심한 몸살을 앓았다.난 아프기 시작하면 먼저 편도선이 붓는다. 그러면 그동안 무리했구나, 과욕을 부리고 살았구나, 이젠 쉬어야지 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하도 심하게 편도선이 부어 떼버릴까 싶었는데 그러면 진짜 큰 병이 와도 알 수 없게 된다고, 편도선 아픈 게 몸의 신호등 역할이라는 깨달음에 얼마나 아픈 게 고마운지.
건강하지 못한 사회에서 살면 당연히 아프다. 아파야 한다. 아픔조차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더 나쁜 세상이다. 지난주 세월호 유족들이 학교 종업식에 참여하지 않고 아이들 교실에 남아, 함께 순직한 교사의 아버지가 죽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 엄마 아빠가 울면서 대신 대답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얼마나 아팠는지.
병신년에 어떤 인사를 하면 좋을까? '병신년에 건강하세요.' '병신년에 부자 되세요.' 어감이 좀 이상하여 쓴 웃음이 나온다.
병신년에는 차라리 바보 되라고 하면 어떨까? 물론 설명이 필요하고 설명해봐야 이해 안 되는 부장님이나 어른들에게는 절대로 해선 안 되겠지. 병이 나도 신나고, 병나서 신나고, 뭐 그런 한 해가 되자는 얘기니까.
병이 나도 신나면 좋겠다. 전망을 발견할 수 없다고 좌절하는 것이 진짜 절망이니까. 암 환자들에게 매일 10분씩 웃게 했더니 병이 호전되었다는 놀라운 결과가 있다고 한다. 웃으면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이 나와 몸이 좋아진다는 거다. 몸과 마음이 하나이니 실은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린 다 면역체계를 지니고 있는데 그걸 복원시켜 주는 게 신명인거지.
몸이 아프면 자신을 돌아보라고 몸이 먼저 신호를 주는 거니까 고마운 거다. 너무 바쁘게 살았다고, 돌아보며 살지 못했다고 돌아 볼 일이다. 더 불행해지기 전에 뭔가 조치를 취하라고 경고해 주니까 얼마나 고마운가? 또 아파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세상에서 함께 아파하고 아픔을 나누는 가운데서 기쁨이 생겨나는 신기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병신년에 난 바보로 살기로 다짐한다. 병이 나면 신을 되찾고,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이 신나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바보의 삶을 살아 보면 신나지 않을까? 더 어려워질 거라고 예측하는 병신년에 바보 한번 되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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