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 교통체증 부르는 '반값' 대형주차장

1시간 1천원, 싼 가격 받아…대구시 '차량유입 억제' 헛일, "제재할 방법 없어" 대책 손놔

11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는 대형 민영주차장에 차들이 서 있다. 이 주차장은 다른 주차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도심으로 끌어들여 인근 도로까지 혼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중구 삼덕동에 있는 대형 민영주차장에 차들이 서 있다. 이 주차장은 다른 주차장보다 낮은 가격으로 차량을 도심으로 끌어들여 인근 도로까지 혼잡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구 도심에 들어선 대형 민영주차장이 싼 주차비로 교통 혼잡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영주차장보다 낮은 가격과 넓은 부지로 주차 수요를 키우면서 도심 진입 차량을 억제하려는 대구시의 주차수요관리 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오후 중구 삼덕동 삼덕지구대 인근 A주차장. 주차장 앞 편도 2차로는 주차장을 드나드는 차량과 지나가는 차량들이 뒤엉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주차장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1개 차로를 독차지하면서 뒤쪽으로 긴 정체 행렬이 이어졌다. 주차장에서 나온 차량이 갑자기 옆 차로로 끼어들어 달리던 시내버스가 급정거하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6천345㎡ 규모의 이 부지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 규모의 주차장운영관리업체인 GS24파크가 임차해 주차장으로 운영 중이다. 이곳에 세울 수 있는 차량은 190대에 이른다. 이 터는 한 건설업체가 상가 개발계획을 세웠다가 무산된 뒤 한동안 개인이 주차장으로 운영하다 해당 업체가 넘겨받았다. GS24파크는 이 주차장과 50m가량 떨어진 곳에 91면 규모의 또 다른 주차장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이 주차장이 공영주차장보다 싼 요금을 내세워 도심의 차량 유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1급지로 지정된 중구의 공영주차장 요금은 1시간에 2천500원, 하루에 1만원이다. 반면 이 주차장은 1시간에 1천원, 하루에 5천원으로 공영주차장 요금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는 인근의 소규모 민영주차장(시간당 1천900원)보다도 싸다.

그러나 대구시와 중구청은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공영주차장 요금은 조례를 통해 관리할 수 있지만 민영주차장은 영업 행태를 제한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내년부터 도심의 차량 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시내 일부 지역에 한해 공영주차장 요금을 올릴 계획이지만 값싼 민영주차장 탓에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과 주말 등 정체가 심한 지역의 공영주차장 요금을 올려 차량 유입을 줄일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직접적인 제재 수단이 없고 인근의 공영주차장 요금이 오르면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GS24파크 관계자는 "주차장 바닥이 정비되지 않는 등 시설 수준이 미흡하고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요금을 싸게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른 요인이 없으면 요금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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