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원해연, 또 다른 지역 갈등 빌미 되지 않아야

정부는 올해 중 원자력해체연구센터(원해연)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하고 부지 선정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해연 건립은 내년 6월로 예정한 고리 1호기 영구 정지와 관련해 원전 해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중차대한 프로젝트이지만, 정부의 늑장 행정으로 건립 일정이 1년 가까이 늦춰지게 됐다. 정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에 기본설계, 부지 매입 등의 사업비를 반영하면 2020년에 연구센터 가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해연 건립을 둘러싸고 갖가지 우려와 걱정이 쏟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건립이 조금씩 미뤄지는 것도 문제지만, 부지 선정 과정에서 불거질 지역 간 갈등과 대결 양상이 더욱 두렵다. 원해연은 2028년까지 국비 13조4천여억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보니 먹거리 부족으로 고민하는 여러 지자체가 사활을 건 유치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현재 경주를 비롯한 부산, 울산 등 8개 지자체가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다.

경북도는 전국 원전의 절반인 12기가 가동되는 데다 방폐장, 한수원 등 관계기관이 밀집해 있고, 영덕에 신규 원전을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에 걸맞은 대우와 보상을 받으려면 원해연 건립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부산시는 울산시와 손잡고, 폐로가 되는 고리 1호기가 위치한 곳인 만큼 부산에 원해연을 건립해야 한다는 논리다.

두 지자체가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관변단체까지 총동원해 전력을 쏟아붓는 만큼 그 후유증이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명박정부가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미적거리다 영남권 4대 광역지자체와 부산이 극심한 감정 대결을 벌인 선례가 있어 더욱 그러하다. 원해연 부지 선정이 신공항 사태처럼 지역 간 대결과 반목을 조장하는 또 다른 빌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합리성과 신속성이다. 어느 지역에 들어서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지, 어떠한 시점에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 지역 간 경쟁은 어쩔 수 없다지만, 반목과 대결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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