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친구 잃은 슬픔 딛고 세상 속으로…"학창시절은 헛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사고 당시 생존자인 단원고 3학년 학생 75명을 포함, 86명에 대한 졸업식을 12일 열었다.

생존 학생 학부모들은 전날 유족 측이 전달한 졸업 기념 축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세월호와 관련된 언급은 자제하는 모습으로, 다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졸업식을 마쳤다. 유족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해 마련됐던 명예졸업식을 거부하고,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기리는 '다짐의 헌화식'으로 졸업식을 대신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안산 단원고 주변에는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많이 아파한 만큼 더 예쁘게 성장해달라' '안산의 고3들에게…졸업을 축하합니다'라는 등의 현수막이 내걸려 졸업식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세월호 사고 발생 후 2년 가까이 고통 속에 시달렸던 생존 학생들이지만, 졸업이라는 설렘 때문인지 밝은 표정으로 여느 고등학생들처럼 등교하는 모습이었다. 희생된 친구들을 기리는 마음에 한쪽 가슴이나 가방에 노란 리본 모양의 배지를 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졸업식은 학사보고, 꽃다발 증정식, 생존 학생 75명을 포함한 86명의 졸업생에 대한 졸업장 수여식, 재학생 송사, 졸업생 답사, 내빈 축사 등의 순서로 이어졌다. 3학년 졸업생 대표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겨울이 찾아와 혼란스러운 병원생활, 새로운 환경의 연수원,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수많은 시선과 비난들은 모두에게 힘겨운 여정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고 답사를 읽어내려갔다.

졸업식이 끝난 낮 12시부터는 안산 화랑유원지 세월호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다짐의 헌화식이 열렸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아이 졸업식에 졸업생 학부모 자격으로 참석할 줄 알았는데 아이 친구들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는 입장이 됐다. 졸업식이 한없이 부럽기만 한 엄마아빠가 돼 버렸다"며 "졸업생 모두가 내 아이처럼 잘 커가기를 바란다. 별이 된 250명 친구들과 12명의 선생님들이 언제나 여러분을 지켜줄 것"이라며 전날 공개한 축사로 추모사를 대신했다.

추모사 낭독 뒤 자유롭게 이뤄진 분향과 추모식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없었더라면 졸업식에 참석했으리라는 생각에 유족들의 눈물이 계속됐다. 자녀의 영정을 붙잡고 오열하는 유족이 있는가 하면, 아이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유족들이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혼자서는 슬픔을 감내하기 힘든 듯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유족들도 있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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