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치료비 걱정 새터민 장주현 씨

끔찍한 교통사고…한국 생활 행복도 산산조각

새터민 장주현 씨는 얼마 전 당한 교통사고로 치료비 걱정이 크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새터민 장주현 씨는 얼마 전 당한 교통사고로 치료비 걱정이 크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두 달 전 큰 교통사고를 당하고 대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장주현(가명'60) 씨. 주현 씨는 북한에서 태어나 10년 전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이다. 주현 씨는 배고픔과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단란한 일상이 한순간의 사고로 끝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주현 씨는 사고 후 혼자서는 팔다리를 움직이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도 힘에 부친다. 또 매일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목숨을 걸고 성공한 탈북

평양에서 태어난 주현 씨의 어린 시절은 여유로운 편이었다. 주현 씨의 기억에는 없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평양에서 꽤 잘나가는 당 고위 간부였다. 큰 한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등 대가족이 함께 살았고 아버지는 고등교육을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단 한 번 당의 지침을 어긴 대가는 너무나 가혹했다. 아버지가 집에서 몰래 라디오로 외국 방송을 듣는다는 사실을 누군가 당에 밀고한 것이다. 그 길로 조부모님과 부모님은 수용소로 끌려갔고 지금까지 생사를 모른다.

함흥으로 강제 이주한 뒤 친척들의 보살핌으로 자란 주현 씨는 그곳에서 가정도 꾸렸다. 친구들과 어린 시절 쌓은 좋은 추억도 많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자연재해 등으로 북한이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가족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다. 중학생이던 딸은 먹을 것을 구하느라 학교도 그만둘 정도였다. 여기에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면서 주현 씨의 가족은 자연스럽게 탈북을 떠올렸다.

결국 1998년 남편, 딸, 남동생, 여동생과 함께 북한을 벗어나 중국 입국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건설 현장, 식당 등에 숨어서 일하던 중 중국 공안의 불심 검문에 걸려 남편과 동생들이 한꺼번에 북송된 것이다.

"남편, 동생과 작별 인사도 하지 못한 채 헤어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생사라도 알고 싶지만 전혀 알 길이 없어요."

◆한순간에 무너진 코리안 드림

8년간의 중국 생활 끝에 주현 씨는 딸과 꿈에 그리던 한국 땅을 밟았다. 파출부, 식당 일을 하면서 풍족한 생활은 할 수 없었지만 평범한 일상에 만족했다. 더는 끼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고 성실한 딸은 공부를 열심히 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도 구했다. 모녀는 점점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얼마 전 주현 씨에게 닥친 끔찍한 교통사고는 모녀의 행복을 산산조각냈다.

퇴근길 한 승용차가 신호를 위반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주현 씨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 당시 상황은 처참했다. 왼쪽 무릎뼈, 대퇴골이 산산조각났고 횡격막, 폐 등 각종 기관이 손상됐다.

"운전자가 오르막길을 지나서 있던 횡단보도를 보지 못해 저를 치고 몇 미터를 더 갔어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어요."

저녁부터 새벽까지 대동맥 파열, 횡격막 복원 수술 등 흉부외과 긴급수술과 대퇴골, 무릎 수술을 마쳤다.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만에 의식을 차렸고,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주현 씨는 나날이 불어가는 치료비 걱정에 밤마다 잠에 들지 못한다. 수술비와 입원비로만 2천만원이 넘는 돈이 나왔고, 간병비로 나가는 돈만 하루 8만5천원이 들기 때문이다. 입원을 끝내고 나서 재활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눈앞이 더욱 캄캄하다. 교통사고 운전자가 들어놓은 책임보험이 있지만 이미 수술비로 보장 한도를 초과해버렸기 때문이다. 가해자의 형편도 어려워 당장 간병비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가족이라곤 하나뿐인 딸이 한 비영리법인 사무직으로 일하며 버는 돈은 한 달에 약 120만원. 당분간 수개월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재활치료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살기까지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제 삶에 또 힘든 순간이 찾아올지 몰랐어요. 몸이 빨리 회복돼 다시 일터로 나가는 게 가장 큰 바람이에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