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박모(51'여) 씨는 매년 건강검진을 빼놓지 않는다. 기본 검사로 유방암과 근종 등을 확인하기 위한 유방 X-선 촬영과 골밀도검사 외에도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심장CT도 찍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본검사 외에 CT 촬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위장 조영술도 내시경 검사로 바꿀 예정이다. 박 씨는 "추가 검사를 하면 방사선에 많이 노출된다는 얘기에 추가 검사는 되도록 줄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종합건강검진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받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지난 2011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51.8%가 최근 2년 이내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은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 중증 질환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관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건강검진 과정에서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이다. 기본 검사에 포함된 X-선 촬영 외에도 컴퓨터 단층촬영(CT)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 등 방사선량이 많은 검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택 검사를 모두 받을 경우 건강검진 한 번으로 최대 11년치 방사선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검진 노출 방사선량 얼마나 되나?
서울의료원 연구팀은 최근 전국의 병원 및 검진 전문기관 296곳의 검진 항목과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한 결과, 기본건강검진을 통해 평균 2.49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에게 허용된 연간 인공방사선 노출량(1mSv)의 두 배가 넘는 셈이다. 선택 검사를 모두 받았을 경우 최대 노출량은 평균 14.82mSv나 됐고, 최대 노출량이 30mSv 이상인 곳도 31곳(10.5%)이나 됐다. 방사선 피폭량이 가장 많은 검진기관은 최대 40.1mSv에 달했다.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연간 3.6mSv인 점을 감안하면 건강검진 한 번에 최대 11년치의 방사선을 맞는 셈이다.
방사선 노출량을 늘리는 주범은 CT다. 건강검진에서 노출되는 방사선의 72%가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검진하는 CT 촬영 과정에서 일어난다. 전신에 암의 유무와 전이 정도를 보는 PET-CT는 방사선 동위원소로 구성된 약물을 몸에 주입하고 방사선 발생량을 측정한다.
CT와 PET-CT는 검진 항목에 대부분 포함돼 있다. 지역 대학병원의 경우 심장CT와 복부CT, 흉부CT, 뇌CT, 관상동맥CT, 칼슘CT 등 7~10가지의 CT 검진을 포함한다. 폐암이나 간암, 췌장암, 뇌종양 등의 조기 발견과 협심증,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의 진행 정도를 살피는 게 목적이다. 검진 항목이 늘어날수록 방사선 노출량은 늘어난다. 실제로 방사선 최대 노출량은 대학병원의 검진센터가 14.09~29.17mSv로 가장 높았다.
◆"우려 수준" VS "걱정할 정도 아니다"
방사선은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세포를 손상시키고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연구팀은 방사선작업 종사자에게 허용된 방사선 노출량이 연간 50mSv인 점을 감안하면 개인종합검진으로 인한 방사선 노출량이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연간 10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 100명 중 1명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러 부위의 CT 촬영과 PET-CT를 동시에 선택할 경우 4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흡연자 등 폐암 고위험군이 촬영하는 저선량 폐CT 외에는 암 조기 진단 등의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평균 7mSv가량 방사선에 노출되는 전신 PET 검사도 효용성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영상의학회는 이번 연구 결과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박했다. 의료 목적의 방사선 노출은 단순 방사선 노출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한영상의학회는 "CT검사와 흉부 X-선 검사가 얻는 정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면서 "저선량 폐CT의 경우 저선량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선량으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선량 확인하고 중복 촬영 자제해야
방사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학회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1월 불필요한 피폭을 막기 위해 건강검진 시 PET-CT를 촬영할 때 방사선 피폭 정보를 안내하도록 의료기관에 권고했다.
그러나 방사선 노출에 따른 피해보다 검사로 인한 이득이 큰 경우에는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X-선으로 판독하기 어려운 폐암은 저선량 CT 등을 통해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 신장이나 췌장, 간 등도 X-선만으로는 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복부 장기는 저선량 CT를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량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별다른 이유 없이 6개월간 5% 이상 몸무게가 빠지는 등 이상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 촬영을 하는 것이 좋다.
20, 30대 젊은 층이 암 검진을 위해 CT 촬영을 남발하거나 가임기 여성이 방사선 노출량이 많은 검사를 자주 받는 것도 피해야 한다. 피폭량을 계산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www.xrayrisk.com)를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염헌규 경북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CT도 방사선량을 규격화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식처럼 위험하진 않다"면서 "여러 부위를 중복 촬영하거나 동일한 부위를 반복해서 촬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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