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본능은 모든 생명체가 가진 원초적이면서 마지막 본능이다. 생명의 힘은 죽음보다 강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이 떨어졌을 때 사람들은 빨라야 20년이 지나야 풀이 다시 돋아날 것이라고 했지만 이듬해 봄에 이미 풀은 돋아나고 있었다.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기본적인 신호 중의 하나가 통증이다. 통증이라는 신호전달 체계가 없다면 우리 몸은 염증이나 외상, 암 등 심각한 이상으로 위험에 처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망막혈관에 이상을 초래해 시력을 잃게 되고, 신장이 손상돼 신부전증에 빠진다. 말초혈관과 말초신경이 마비되면 발끝이 썩을 수 있다. 당뇨 환자들은 말초신경이 마비돼 발이 썩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뜨거운 물이나 불에 발이 덴 줄도 모르다가 심한 화상을 입기도 한다.
급성충수염, 이른바 맹장염에 걸리면 첫 신호로 통증이 유발된다. 통증이 나타나면 몸의 주인이 알게 되고 누군가에게 통증을 알려 염증이 커지기 전에 치료를 받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염증이 진행돼 복막염과 패혈증에 빠지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약 산에서 다쳐 다리뼈에 금이 갔거나 부러졌다고 하자. 뼈가 부러지면 심한 통증이 있다. 만약 이때 통증이 없거나 통증이 미약하다면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걸으려고 할 것이다. 뼈에 금이 간 경우에도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무리하게 걷지 않고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뼈가 부러졌다면 부목을 해 다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걷는다면 지독한 통증이 발생한다. 만약 이때 통증이 없다면 부러진 뼛조각은 가까운 근육과 혈관을 찔러 출혈을 유발하고 연부조직을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다.
암의 경우 염증이나 외상과는 달리 초기에는 통증이 거의 없다. 염증이나 외상의 경우 주인이 몸을 보호하도록 즉각적인 신호를 보내지만 암은 질병의 심각성에 비해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서히 몸을 병들게 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은 몸의 주인이 능동적으로 방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통증으로 인해 발견된 암은 손쓰기 어려운 지경이 된 경우가 많다.
암은 통증이라는 기본적인 방어기전이 작동하기 전에 다른 신호를 내는 경우가 있다. 종양에서 특이하게 분비하는 단백질 계통의 분비물은 신체에 기능적인 변화나 통증을 일으키기 전에 나타난다. 이러한 종양표지자를 찾아내 일찍 치료하면 암의 공격을 퇴치할 수 있다. 따라서 아프기 전에 건강검진을 통해 진단하고 치료해야 완치될 수 있는 병이 암이다. 따라서 건강검진 프로그램에는 각종의 암 표지자를 찾는 혈액검사와 내시경검사, 초음파검사가 꼭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 흔한 질환인 위암이나 대장암 등 소화기관뿐만 아니라 간암, 담낭'담도암, 췌장암 등 고형기관의 암도 통증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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