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서민의 불안감

새해 벽두부터 어두운 얘기들만 무성하다. 올해 경기 전망은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의 핵폭탄 실험에 따른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는 가뜩이나 움츠러든 어깨를 가슴까지 조여들게 만든다. 국내 정세가 불안할 경우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나 소상공인들의 위축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실은 지난 연말부터 2016년 살림살이가 나라든 개인이든 녹록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가 바뀌자마자 터진 남북의 극한 대결 구도는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에게 불안감과 더불어 한 해의 걱정을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되기에 충분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마디로 새해 들어 어디 한구석 편안한 곳이 없다. 이를 두고 서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장사고 뭐고 한 해의 첫 달 운세가 이런 몰골이니 한 해 운이 끝났다며 자조적인 푸념을 늘어놓는다. 하루 운세는 개시와 첫 움직임에서 가늠된다. 일주일 설계는 주초에 만들어진다. 한 달 계획은 월초에 기획된다. 한 해 전망은 첫 달에 세워진다. 그리고 이를 신앙처럼 믿는 서민들은 한 해 운세를 보기 위해 점집을 찾아 돈을 아낌없이 지불한다. 그러니 올해 나라 운세가 벽두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여 불안하고 걱정이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본다. 풍요롭지 않아 늘 배고픔이 뒤따랐다. 전기도 없던 시절이었다. 장터에서 건넛마을 소식을 전해 듣고 밥상머리 가족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저마다 의견으로 시끌벅적해지기도 했다. 이때는 불안감이나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기억이 없다. 굳이 있다면 배고픔에 대한 고통이 고작이었다. 이 고통은 한 끼 제대로 때우고 나면 금세 사라졌다. 그러나 먹을 것이 지천인 요즘은 배고플 새가 없다는 표현이 적절한 듯싶다. 오히려 과다하게 섭취된 영양 탓에 배고픈 고통이 아니라 비만에 대한 불안감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 불안감은 배고픈 고통보다 몇십 갑절 큰 심리적 병리현상을 겪게 한다.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불안감은 한 끼 식사를 줄인다고 그 자리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수년에 걸쳐 관리하고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불안감이 내재하고 있다.

하물며 모든 국민, 특히 서민들이 겪는 새해 첫 달의 불안감이 심각한 집단적 병리현상을 초래해 엄청난 금액의 국민 치료비를 부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난센스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비만을 일으키는 불안감은 살을 찌게 하는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서민들의 불안감은 잘 살펴 그 원인을 없애면 된다. 대다수 서민은 설날을 기점으로 새해를 가늠한다. 새해를 다시 시작하면 된다. 위정자들은 곧 있을 설까지 서민들의 불안감을 치유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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