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대구점 5층에 가면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구두닦이를 만날 수 있다. 별명은 '신사'(신발을 사랑한 남자)다. 동료 직원들이 붙여줬다.
주인공은 현대백화점 최진열(41) 남성아웃도어 파트장. 5층 150여 직원의 관리자이지만 주말(오후 1시부터 6시까지)에는 어김없이 구두솔을 잡는다. 별도 구두케어존까지 만들었다. 이곳에는 갖가지 다른 용도의 구두솔과 왁스, 구두약 등이 구비돼 있다.
최 파트장이 구두솔을 붙잡고 열심히 구두를 닦게 된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1월 대구점으로 발령받기 전 서울에서 2년간 일본 장인으로부터 구두 돌보는 기술을 배웠다.
최 파트장은 "무역점과 판교점에는 외국의 전문 구두케어 매장이 입점해 있었다. 그곳에서 배운 노하우를 고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구두 봉사를 하게 된 동기를 전했다.
'구두아빠' 입소문은 고객 사이에 금세 퍼졌다. 주말이면 50~70켤레의 구두가 그의 손을 거친다. 즉석에서 구두를 벗어 맡기기도 하고, 여행용 가방에 구두 10여 켤레를 가득 담아오는 열성팬(?)도 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고객과 소통하는 채널이 생겼고 관리자가 스스로 몸을 낮추다 보니 서비스 의식이 높아졌다. 백화점에 따르면 최 파트장이 온 뒤 5층 매출은 반짝이고 있다.
입소문은 위층(?)에도 닿았다. 백화점에서 한 달 수십만원이 들어가는 케어용품 비용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동료 직원들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군 복무 시절 대대장 당번병 출신이라는 한 직원은 볼 때마다 당번병보다 어떻게 구두를 더 잘 닦을 수 있느냐며 응원의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가 전하는 구두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팁. 눈에 젖은 구두는 그늘에서, 비에 닿으면 햇볕에 말려야 한다는 것이다. 젖은 구두를 잘 말리지 않아 가죽에 협착이 생기면 구두 생명에 치명적이다.
이제는 베테랑이 다 됐다. 그는 "구두 상태만 보고도 대략 손님의 성격과 직업 등을 맞힐 때가 있다"고 했다. 구두솔을 잡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최 파트장. "구두솔은 제게 마이크와 같아요. 손님들이 구두솔을 잡은 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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