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메디시티 대구'에 걸맞지 않은 의료 수준

대구가 지난 2009년 의료산업 육성을 위해 '메디시티 대구'를 표방한 지 7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를 비롯한 외국인 환자 유치, 각종 의료산업기반 확충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수성의료지구 조성까지 마무리하면 대구는 '대한민국 의료특별시' 구호에 걸맞은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신산업 동력 부재로 고통받아온 대구가 의료산업을 통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을 갖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의료시설 및 산업 인프라는 차곡차곡 갖춰가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의료 질(質) 수준은 그리 높지 않다는 우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5 한국 의료 질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의 의료 질 수준은 전국 6, 7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울산, 서울, 부산, 인천, 경기지역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물론이고 항목별 가중치에 따라 대전, 경남에도 뒤지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2013년 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여서 현재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광역시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매우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의료 질 평가에서도 지역거점 병원인 경북대병원이 모든 항목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 큰 충격을 줬다. 당시 경북대병원 측은 삼덕동 본원과 칠곡경북대병원 분원으로 특성화된 병원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해명했지만, 지역민들의 걱정과 오해를 완전히 불식시킬 수는 없었다.

실제 의료인들은 KTX 개통 이후 의료 인력 및 환자의 수도권 유출, 수익 중심의 병원 경영 등으로 인해 의료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구가 의료산업을 키우고 진정한 '의료특별시'의 위상을 확보하려면 의료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인력 확충과 서비스 향상 등으로 의료 질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지 않는다면 '메디시티 대구'의 꿈은 신기루에 불과하다. 의료 질 향상은 의료인들에게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대구시, 의료기관, 대학 등 모두가 힘을 합쳐 의료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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