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비판과 증오의 대상을 넘어 타도의 표적이 됐다. 특히 19대 국회는 무능과 무기력과 무위(無爲) 때문에 역대 최악'최저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국회는 평소에도 소선거구제를 '자궁'(子宮)으로, 지역주의와 극단적'대결적 양당 체제를 자양분으로 해서 자란 괴물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몇 차례의 정권 교체에서 얻은 경험은 정치권을 더욱 극한으로 내몬다. 상대를 짓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정권을 빼앗기고, 국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내줄라치면 구박받고 천대받고 먹을 것도 없더라는 '아픈' 기억들이다. 그런데 19대 국회 4년 동안 더욱 이상한 일이 생겨났다. 힘 센 쪽이, 머릿수가 많은 쪽이 늘 이길 수도 없게 됐다. 다수결의 원리가 통하지 않는 희한한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그래서 19대 국회는 되는 일도, 하는 일도 없는 더 이상한 괴물이 돼 버렸다. 태업(怠業)을 넘어 파업(罷業) 상태에 가깝다는 이야기도 듣고 있다.
답답한 것은 대통령이다. 지난 3년 동안 대통령은 이런 국회를 상대로 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선지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나면 국회를 입에 올렸다. 한두 번이 아니다. 국민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통령의 노기 어린 목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탓에 대한민국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만 입고 있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그래서 밤에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대통령의 절절한 호소와 으름장에도 국회의원들은 미동도 안 했다. 나랏일을 다루는 대신 집안싸움에 더 골몰하며 날을 새고, 달을 흘려보내고, 결국 해도 넘겼다.
화근(禍根)은 사람이 아니다. 국회의원 탓이 아니다. 사람을 아무리 갈아치워도, 지금 같은 구조 아래라면 나아질 게 없다. 제도 탓이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도 더 그렇다. 300명 전원을 위인전기의 주인공들로 바꿔도 이런 국회라면 날 샜다. 극단만이 살아남고 득세하는 시스템 때문이다. 4월 총선에서 다 물갈이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박 대통령은 19대보다 나아질 게 없을 20대 국회를 상대하면서 임기 후반기 2년을 보내야 한다. 대통령이 느껴야 할 답답함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대통령이 나설 수밖에 없다. 전신 마비 상태의 국회는 19대 4년으로 족하다. 개혁 입법 등 할 일이 태산같이 많은데 개헌론이라는 블랙홀을 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국회를 두고 무슨 일을 할 수가 있는지 묘안이라도 있다면 개헌을 하지 않아도 된다. 현실은 답이 없다는 것이다.
망국적이라는 국회선진화법은 차라리 부수적 요소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서 선진화법을 폐지하고 국회를 괴물로 만든 소선거구제를 고치자고 호소를 해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온건 대신 과격, 중도 대신 극단만 득세하는 양당제를 잉태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나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대통령이 호소하면 개헌 국민투표를 거쳐 소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수 있다. 극단주의가 내준 공간에는 대화와 타협이 자리할 것이다. 공감대도 광범위하고 충분하다. 대화와 타협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다당제가 양당제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소선거구제와 양당제에서 무시됐던 지역의 목소리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 지방분권적인 요소라도 헌법 조항에 가미한다면 금상첨화다. 5년 단임으로 돼 있는 대통령의 임기 조정이나 중임제 도입은 오히려 부차적인 요소다. 내각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단, 개헌론이라고 다 'OK'는 아니다. '반기문-친박'을 엮은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은 단언컨대 'NO'다. 친박계 인사들끼리 좋은 자리에서 더 오래, 더 많이 해먹으려는 '꼼수', '무리수'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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