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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힘이다] <3>가족해체 막고 새로운 공동체 찾자

이혼 위기의 가정 1박2일 부부캠프…1인 가구·어르신 함께 모여 생활

가족해체 가속화에 가족의 대안으로 공동체가 떠오르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의 주거공동체
가족해체 가속화에 가족의 대안으로 공동체가 떠오르고 있다. 대구 남구 봉덕동의 주거공동체 '내가 그린 우리 집'은 친환경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매일신문 DB

'가족해체 막고 새로운 공동체 찾아 가족으로 돌아가자.'

가족해체로 인한 청소년 비행, 고독사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부나 혈연으로 맺어진 전통적인 가족을 유지하면서, 가족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투트랙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가족 해체는 NO! '가족을 부탁해'

부부나 혈연관계로 맺어진 전통적 의미의 가족. 가족의 해체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은 역시 이혼이다. 이혼은 자녀에게도 큰 상처가 되고, 중장년층의 고독사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혼인으로 생겨난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와 가족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혼 위기 해결을 위한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들은 가족 관계 회복에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2005년부터 지자체별로 설립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위기의 가정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센터 관계자들이 꼽는 가장 효과적인 프로그램은 '부부캠프'.

실제로 수성구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지난해 10월 진행된 1박 2일 부부캠프에 참여한 이혼 소송 중인 부부 2쌍, 협의이혼 숙려 중인 부부 4쌍 등 총 6쌍이 모두 소송을 취하하고 가족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수성구 센터 관계자는 "마주 보고 안아보는 등 서로의 마음을 열고 가까이 다가가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체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구가정법원에서는 2014년 9월부터 이혼을 위해 법원을 찾은 부부 중 만 15세 이하 자녀를 둔 부부를 대상으로 '의무상담제'를 진행하고 있다. 2012년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의무상담제를 실시한 부산가정법원의 경우, 2014년 한 해 의무상담을 받은 부부의 이혼 취하 비율이 34.9%로 그렇지 않은 부부(28.5%)보다 높게 나타나는 등 효과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문제 예방을 위해서라도 부부 갈등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이 가족해체 예방의 키포인트.

조희금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가족 사이 갈등은 초기 해결이 중요하다. 미국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혼 부부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는 6, 7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오랫동안 고통받다가 이혼을 결심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 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형태의 가족, 주거공동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는 1988년 당시 서울 쌍문동 골목의 네 가족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음식을 서로 나눠 먹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함께 나서는 한가족이나 다름없다.

2016년에는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쌍문동 골목 공동체 못지않게 가족처럼 지내는 주거 공동체가 가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청년 1인 가구 중에는 '함께 살기'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월세 부담을 나누는 셰어하우스의 개념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대구 남구 봉덕동의 '내가 그린 우리집'(이하 그린집)은 친환경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사는 공간이다. 4개의 방에는 4명의 구성원이 각자 개인공간을 가지고 거실이나 부엌, 욕실 등은 공동생활 공간으로 사용한다. 무엇보다 비슷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결속력도 높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그린집은 채식을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켜 거름으로 쓰는 등 구성원들 스스로 만든 규칙에 따라 생활한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김장을 담가 먹고, 각자 출자금을 내서 급할 때는 소액대출을 해주거나 의료비 지원도 해준다.

그린집 관계자는 "2012년부터 공동체가 시작됐다. 남남이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직업도 성격도 다들 제각각이라 불편한 점도 있지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생활하기 때문에 다들 만족스러워 한다"고 했다.

노년층 1인 가구는 빈곤과 고독사 등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 문제와 함께 정서적으로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독거노인 주거공동체'. 특히 홀로 사는 노인들이 많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어르신 공동체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그룹리빙'이라는 형태의 노년층 주거 공동체가 199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경북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독거노인 주거공동체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예천군의 경우 2012년부터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등을 활용해 현재 16개의 공동거주의 집을 운영 중이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주로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모여 생활하는 형태다.

예천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갑작스럽게 건강이 나빠지는 등 상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보니 홀로 지내다 돌아가는 경우를 막기 위해 공동거주의 집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실버타운이나 요양원 등과 달리 본인들이 원해서 함께 뭉쳐 사는 것이다 보니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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