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 수필: 작은 깨달음

# 작은 깨달음

지난 연말에 외국에 사는 시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 방학을 맞아 며칠 한국에 다녀가겠다는 것이다. 시누이가 오기 며칠 전부터 나는 마음이 바빴다.

청소기를 평소보다 더 꼼꼼하게 돌리고, 구석구석 먼지도 더 닦았다. 막내가 한 일주일 아픈 탓에 생활이 더 바빴지만, 잠을 줄여가며 집안일을 하였다. 당연히 나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힘들다는 내 말을 엿들은 딸내미가 말했다. "엄마! 왜 평소와 다르게 보이려고 해요?" 순간 나는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왜 이러지? 왜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지? 누구를 위해서?' 시누이가 오래간만에 집에 오는 만큼 깨끗한 모습만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애 키우는 집이 다 그렇듯 뒤돌아서면 어질러지기 마련이다. 시누이 역시 애 둘을 키우는 주부이니 아마 더 잘 알 것이다. 스스로를 힘들게 해가며 나도 모르게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지 않았나 반성을 해 보았다. 아직 어린 아이지만 나에게 작은 깨달음을 준 딸애가 너무 대견스러웠다. 며칠 전 시누이 가족이 다녀갔다.

예상했던 대로 정리해 놓은 집은 금세 어질러졌다. 하지만 오래간만에 만난 아이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온 집안에 흘러넘쳤다. 집이 좀 더러워지면 어떤가, 내 아이들이 흥겹게 뛰어놀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2015년 한 해도 어느덧 저물어갔다. 다사다난했지만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올 2016년 역시 감사하며 지내고 싶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늘 생각하며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은 배우는 뜻깊은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권현주(대구 북구 대현 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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