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경주의 시와함께] 순진하게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 순진하게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딜런 토마스(1913~1953)

순진하게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노인들이여 저무는 하루에 소리치고 저항하시오

분노하고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해

그 끝에 닿은 이는 어둠이 옳음을 알지만

그들의 언어는 이미 빛을 잃었기에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선한 이들은 마지막 파도곁에서 울지

그들의 덧없는 행적이 푸른 강기슭에서 얼마나 밝게 춤출까

분노하시오 분노하시오 죽어가는 빛에 대해

(이상섭 역. 딜런 토마스 시집 『시월의 시』. 민음사. 1999)

-----------------

그런 저녁이 있다. 퇴근길에 혼자 밥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문득 하루살이가 입으로 들어오는, 그런 저녁이 있다.

하루살이가 입으로 들어오는 쓸쓸한 경험에 대하여 당신은 시를 써본 경험이 있다. 당신은 어느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 가로등이 녹아서 사라져 버려 불현듯 어둠과 싸워본 적이 있다.

삶이 가여워서 아침마다 눈을 뜨면 웃어주었던, 삶을 속여서 여기까지 와야 했던 것일까? 아무리 열심히 속여도 죽음은 딱 한 번 오지만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네 삶은 죽어가는 빛과 싸워야만 하는 것인지도.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