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지출 증가율이 OECD 평균보다 3배나 빠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럴 때 국민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인들이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 나가고 더 건강한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의료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양의계는 이러한 대의에 맞춰 보건 정책에 참여하며 다른 직능단체, 특히 한의계와 협력해야 함에도 지나칠 정도로 소극적이다.
어느 집단이든 내외부적 소통이 활발하지 않으면 건전한 발전을 기하기 어렵다. 양의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양의사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명의식을 가지고 국민 보건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계 전체가 건강한 시스템에서 국민 보건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적당한 비판과 감시가 필요하다. 의학 분과 학회별로 활발하게 비판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의료 지식이라는 전문성과 특수성 때문에 적지 않은 양의사들은 그동안 환자들에 대해 특권 의식과 독점의 오류에 빠져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해 줄 수 있는 대안 세력이 바로 한의계이다.
임상 현장에서 많이 겪는 경험 중 하나가 자신이 먹는 약이 어떤 약인지 모르는 경우다. 왜 수술을 받아야 하고, 지금 자신이 받을 치료의 장점과 부작용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않고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또한 한약을 통째로 싸잡아 비난하며 절대 먹으면 안 되고 침도 맞아서는 안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다. 환자를 다 잘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또는 치료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면 본인이 알고 있는 치료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며 열린 마음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의자'(醫者)다.
우리나라 의료 기술이 세계 최첨단을 달린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실상은 올해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 20점이나 부족한 최하위를 기록했다. 외국에 나간 교포들은 흔히 외국에서는 병원 이용하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말한다. 약도 처방받기 힘들고 수술받기도 힘들단다.
그럼, 다시 묻고 싶다. 약이 넘쳐나고 수술도 쉽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건강한 나라인가? 미국이나 유럽, 일본의 의사들이 약을 쓸 때 부작용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처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해서 불필요한 진료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의료 비용에 반영하고 있지 않은가?
수년간 사용하던 약의 부작용을 밝혀 시장에서 퇴출시키고 당연했던 치료법들을 거듭 검토해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폐지시키는 일이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치료받기 불편한, 의료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기존의 주류 의학에서 느낀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체의학이다. 정확히 번역하면 우리나라 양의사들은 애써 부인하고 있는 한의학이다. 그동안 한의계의 치료법이 더 나은 점이 있는데도 양의사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배척하고 멸시했다. 이제 양의사들이 주장한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 현대 의료 기기를 사용하겠다는데도 반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한의사들의 현대적 진단 기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판결했고, 정부에서도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한의사 의료 기기 사용을 찬성하고 있다.
최근 노벨 의학상을 받은 중국의 투유유 교수를 보라. 한의학적인 가치를 활용해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약을 개발했다. 중국의 중의사들은 자유롭게 현대 의료 기기를 활용해 치료법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국민 보건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의사의 현대적 의료 기기 사용은 국민이 원하는 바이고, 본래 의료법상 가능한 일이다. 그동안 보건복지부 시행령에 막혀 사용이 제한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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