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 구조조정, 포항 시민을 희생양 삼아선 안 돼

포스코의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포항지역 경제가 황폐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 포스코는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 47개를 22개로, 해외연결법인 181개를 117개사로 줄이는 강도 높은 경영 쇄신을 벌인다. 포스코는 철강제품 가격 하락과 경기 부진으로 매출이 줄어든 데다 부실 계열사들이 속출해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철강도시' 포항의 경제가 쑥대밭으로 변했다고 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포항에는 제철소 직원 1만7천여 명을 포함한 계열사, 협력업체 등 연관기업의 직원 수가 4만 명에 이른다. 포스코가 차지하는 경제 비중만 해도 7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포스코가 구조조정, 원가 절감에 나서면서 300개에 달하는 철강 관련 업체의 20%가 부도 직전에 놓여 있다. 업체마다 명예퇴직,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시민 상당수가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경북 제1의 도시가 '제2의 피츠버그'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의 부진은 국내외 경기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포스코 스스로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이 부족했고, 정치권에 휘둘려 온갖 특혜설에 휘말려온 결과물이다. 박태준 전 회장 이후 누적된 부실'방만 경영이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박 전 회장이 포항을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근로자의 낙원'으로 가꾸어 놓았지만, 후임자들은 포항을 사업장 이상으로 여기지 않고 투자에 인색했다.

돈 되는 계열사나 신생 사업장은 수도권으로 옮겨버리고 명색이 본사가 있는 포항에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제철소 같은 굴뚝산업과 몇몇 계열사 부서만 남겨놓았다. 포항의 백사장에서 맨주먹으로 제철소를 시작한 창업정신이 퇴색됐기에 오늘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포항 시민들은 포스코에 받은 것이 많지만, 굴뚝산업의 폐해와 불편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왔다. 포스코 자신이 회생하기 위해 시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절대 강요해서는 안 된다. 포스코는 포항 경제와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포항이 살아야 포스코도 사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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