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고을에 '고집 센 사람'과 '똑똑한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두 사람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습니다. 고집 센 사람이 "4 곱하기 7은 27"이라고 우겼기 때문입니다.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4 곱하기 7이 27이냐, 28이지"라고 했지만 고집 센 사람은 27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답답해진 똑똑한 사람이 "정 그러면 원님에게 가서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했고, 두 사람은 고을 원님을 찾아갔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을 듣고 있던 원님, 한심하다는 듯 고집 센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네가 정말 4 곱하기 7은 27이라고 했느냐?" 그가 대답했습니다. "예,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게 어찌 잘못된 것입니까?" 고을 원님이 판결을 내렸습니다. "27이라고 말한 저자는 그냥 풀어주고, 28이라고 말한 이자는 곤장 10대를 쳐서 보내거라." 고집 센 사람은 의기양양 으스대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원님께 억울하다고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원님이 말했습니다. "4 곱하기 7이 27이라고 말하는 어리석은 놈과 다툰 네놈이 더 어리석은 놈이니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자신의 입으로는 절대 사죄를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야당인 민주당 오가타 린타로 의원의 요구를 이렇게 한마디로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도 이미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하면 그것은 최종 해결된 것이 아닌 것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했다는 사죄 발언 내용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대독한 적이 있습니다.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 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에도 전화를 통해 사과를 했다는데 그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회담 발표문에 있는 내용을 육성으로 직접 말해보라는데 못하겠다고 버티는 것입니다. 고집 센 사람의 '신조'(信條)인 것 같습니다.
일본은 늘 이런 식입니다. 지난해 일본의 산업혁명기 산업시설 23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도 아베와 비슷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하시마섬(군함도) 등 조선인들의 강제징용과 노역의 역사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곳들이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이런 시설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반대하자, 일본 측은 이렇게 우리를 달랬습니다. 한국인들이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제징용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정보센터 등 시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결국 일본의 산업시설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했다며 흥분했지만,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등재 직후 곧바로 그 약속을 번복해버렸습니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를 대하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을 보고 있으면 면종복배(面從腹背), 구밀복검(口蜜腹劍), 표리부동(表裏不同), 권상요목(勸上搖木), 양두구육(羊頭狗肉) 같은 사자성어만이 떠오릅니다. 유네스코 대표단이 한 말을 정부 고위층이 번복해버리고, 회담 발표문에 자신이 했다는 발언 내용이 버젓이 들어 있는데 육성으로 직접 해보라니 못 하겠다고 버티는 게 무슨 고집인지 모르겠습니다. 답답해서 원님에게 찾아가 판결이라도 받아보고 싶습니다. 현명하신 고을 원님은 아마 이렇게 판결하지 않을지….
"오리발이 '신조'인 아베 신조 총리는 그냥 풀어줘 버려라. 그런 인간인 줄 몰랐단 말이냐? 그 대신 그런 버티기, 모르쇠에 매번 농락당하는 우리 외교 당국자들에게 곤장 10대를 내리거라. 그들이 더 어리석으니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