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비산동 일대 '날뫼골' 주민들이 서구청의 도시재생사업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린 마을 벽화와 전혀 동떨어진 테마의 골목길 조성 사업을 구청이 추진하기 때문이다.
달성공원 옹벽 구간에 있는 날뫼골은 민화풍 벽화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2014년 7월부터 낙후된 동네 분위기를 바꾸려고 설치미술가인 자원봉사자 1명과 함께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동네 노인정 담벼락에 이 마을의 '잉어샘' 전설을 토대로 한 잉어 벽화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1곳에 민화 느낌의 벽화를 그렸다. 벽화 작업에 참여한 한 주민은 "잉어가 많이 살았던 잉어샘 이야기 등 우리 마을 전설을 담은데다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이다 보니 애착이 간다. 골목 분위기가 1년 반 만에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구청은 이 같은 날뫼골 벽화작업 소식을 접하고, 지난해 8월 자원봉사자들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비용을 지급하는 등 주민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구청이 '날뫼골 행복한 골목길 조성사업'에 나서면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구청이 날뫼골에 민화풍 벽화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벽화를 그리겠다고 나선 탓이다. 새로운 벽화는 달성공원의 동물을 주제로 호랑이, 코끼리, 낙타 등을 캐릭터화할 예정이다.
작업에 참여한 설치미술가는 "구청의 사업제안서에 있는 그림은 마을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며 "벽화를 그리려면 최소한 전반적인 동네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주민들에게 의미가 깊은 1호 벽화인 잉어샘 벽화는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 구청이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노인정을 허물고 길을 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주민과 상의도 없이 시작된 구청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이 오히려 동네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사업을 올 4월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아직 사업이 시작되지 않은 만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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