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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책]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회사가 더 벌었다고 월급 오를 거라고요? 꿈 깨세요, 꿈 깨!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우석훈 지음/새로운현재 펴냄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객관적인 답은 나와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임금 조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영향을 주는 요인 1위가 기업 지불 능력(30.2%), 2위가 최저임금 인상률(20.1%)로 나타났다. 이어 3위 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15.2%), 4위 물가상승률(10.6%), 5위 경영계 임금 조정 권고(8.1%), 6위 노조의 요구(6.4%), 7위 통상임금 범위 조정(5.9%), 8위 60세 정년 의무화(3.4%) 등의 순이었다.

저자 우석훈('88만원 세대' 저자)은 이렇게 풀이한다. 일반적인 생각보다 '노조의 요구'가 그렇게 높은 비율을 차지하지 않는데, 흥미로운 것은 '최저임금 인상률'이 주요 변수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노조 조직력이 약하고 노조의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력도 다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떨어진다. 언론은 '강성노조'의 엄청난 영향력을 꾸준히 부각시키지만, 정작 경총 조사에서는 그 영향을 발견하기 힘들다. 노조의 영향력을 대신 채워주는 것은 바로 최저임금이다. 최저임금은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정된다. 노동계가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별다른 '쇼'를 펼치지 못하는 요즘 상황에서 매년 한 차례 진행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거의 유일한 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조사 결과 전체를 해석해보자. 회사 측이 "돈 없으니까 배 째라"(기업 지불 능력)고 말한다. 그러면 노동자 측은 "그래도 최저임금 인상 수준 정도는 올려주는 게 상식적으로 맞지 않느냐"(최저임금 인상률)며 "다른 곳도 이 정도는 주는데"(타 기업 임금 수준 및 조정 결과)라고 맞받아친다. 그런데 만약 그해 최저임금이 별로 오르지 않았고 다른 기업들도 임금을 별로 높이지 않았다면? 회사 측에 유리한 임금 결정 구도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연봉 결정력 6위를 차지한 '노조의 요구'는 씨알이 제대로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교과서에는 연봉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노동생산성과 물가상승률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져 회사의 이윤이 늘어났다고 임금도 올려줄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자. 물가가 상승해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으니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이타심을 발휘해 임금을 더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당분간은 하지 말자.

이런 문제를 포함해 저자는 유럽의 수많은 국가와 비교했을 때 비합리적이고 모순투성이인 대한민국의 연봉 결정 방식을 꼬집는다.

그동안 노조가 펼쳐왔던 '연대'에 대해서도 조금 다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좀 더 크게 보자는 얘기다. 유럽의 수많은 국가는 개별 노조의 협상 결과를 해당 산업 전체가 공유한다. 개인이 받는 임금 수준을 국가 전체의 문제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리의 경우 각 기업의 노조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으로 삼는다면, 독일의 경우 동종 업계는 물론 그 기업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사회적 조건도 함께 고려된다.

연봉 비밀주의도 깰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연봉 정보는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다. 친한 동료끼리도 서로 밝히길 꺼려할 수 있는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 전체적인 임금 수준에 대해 잘 몰라서, 작게는 개별 근로자가 회사 측과 근로계약을 할 때 피해를 보기도 하고, 크게는 합당한 임금을 도출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및 정책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스위스는 최대 임금을 제한하는 일명 '살찐 고양이법'을 통과시켰다. 사회 전체적인 임금 수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스위스 국민들이 터무니없이 많이 받는 사람의 임금을 깎고 너무 적게 받는 사람의 임금을 올려 '함께 잘 살자'는 데 합의한 것이었다. 207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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