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과 이달 6일 각각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된 A(41) 씨와 B(48'여) 씨. 이들은 체포 당시만 해도 20년 전에 저지른 끔찍한 살인 사건이 드러날지는 꿈에도 몰랐다.
1996년. 당시 22살이었던 A씨는 대구 달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유부녀 B(당시 29세) 씨를 알게 됐고 곧 내연 관계로 발전했다. 하지만 B씨의 남편 C(당시 34세) 씨가 그들의 관계를 알아챘고, 같은 해 12월 8일 A씨는 C씨와 이 문제로 다투다 C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범행 현장에서 11㎞ 떨어진 달성군 옥포면 구마고속도로변 수로에 C씨 시신을 옮기고 불에 태웠다.
이후 경찰은 A씨와 B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전국에 지명수배를 내렸지만 소재를 파악하지 못해 결국 미제사건이 됐다. 2011년 12월, 공소시효 완료(당시 살인 15년)가 됨에 따라 사건은 종결됐고 대부분의 수사 기록도 폐기됐다. 이로써 이 사건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A씨와 B씨가 지난해 11월 9일 국내 입국을 위해 중국 공안국에 밀항 사실을 신고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이들은 자신들의 범행 공소시효가 지나 밀항에 대한 가벼운 처벌만 받으면 국내에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면 공소시효가 정지된다는 사실(형사소송법)을 몰랐다.
이들의 강제추방을 통보받은 경찰은 밀항 이유가 불분명하고 B씨가 사망 처리가 돼 있는 데다 B씨 남편인 C씨의 사망 장소가 고속도로변 수로인 점을 수상하게 여겼다. 이에 경찰은 재수사를 벌였고 이들이 C씨를 살해한 것을 밝혀냈다. 홍사준 대구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재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A씨를 집중적으로 추궁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14일 A씨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B씨에 대해서도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에 대한 공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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