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는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선거판도를 보였다.
지역별로 북부는 국민당, 남부는 민진당이 강세를 보이는 남녹북남(南綠北藍'정당별 색깔에 따른 강세지역) 현상이 사라지며 국민당이 대만 전역에 걸쳐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6일 선거는 사상 최저치인 66.3%의 투표율을 보인 가운데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은 56.1%의 득표율로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후보 31.0%를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후보는 12.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총 689만 표를 득표한 차이 후보와 주 후보의 득표수는 308만 표 차이가 난다.
이는 대만의 역대 총통선거에서 가장 큰 표차다. 2008년 대선에서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대승을 거뒀던 221만 표 차를 뛰어넘는 수치다.
국민당 고위 관계자는 "패색이 짙어지자 전통적인 지지층들이 투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마잉주 실정 논란에 후보 교체에 따른 당내 분쟁까지 겹치며 주 후보가 늦게 등장하는 바람에 역대 선거에서 가장 어려운 선거전을 치렀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지역구도가 깨진 것이 새로운 현상 중 하나다.
국민당에게는 외성인(外省人'1949년 이후의 한족 이주자)이 많이 거주하는 수도 타이베이(台北), 신베이(新北) 등 북부지역이 표밭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총통선거 당시 국민당 진영은 타이베이에서 90만 표를 얻었으나 이번 선거에서 주 후보는 54만 표를 얻어 차이 후보의 75만 표에 크게 밀렸다. 민진당이 굳게 닫힌 타이베이 철문을 열어젖혔다는 표현이 그래서 나온다.
주 후보가 시장으로 재직 중이었던 최대 표밭 신베이에서도 국민당은 압도당했다. 차이 후보는 이곳에서 116만 표를 얻었지만 주 후보는 70만 표를 얻는 데 그쳤다.
국민당의 신베이 지역구 의석수도 10석에서 2석으로 줄었다.
반면, 민진당은 본성인(本省人'명나라 시기에 이주한 한족 후손) 거주지로 전통적 아성이었던 남부지역을 안정적으로 수성함으로써 대만 전역을 녹색으로 깔았다.
대만 연합보는 '남녹북남의 고정적 지역구도에 중부에서 승부를 본다'는 선거판세도 옛말이 됐다고 전했다.
전반적으로 마잉주(馬英九) 집권 기간의 경제실정에 선거 막판 '쯔위 사건'까지 불거진 것이 국민당의 대패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쑤신황(蘇新惶) 대만 중앙연구원 인문사회과학연구센터 연구원은 "국민당이 지난 몇 차례의 선거패배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민의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젊은 층이 국민당에 느끼는 거리감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중 정서가 강하고 국민당 집정에 크게 실망한 20, 30대 젊은 층은 이번 선거에서 민진당의 압승을 견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총통선거와 동시 실시된 총선에서도 국민당의 의석은 35석으로 줄었다. 64석으로 안정적 과반을 차지하고 있던 국민당으로선 최소 목표치(40석)도 달성하지 못하며 참패 수준의 수모를 당했다.
반면 민진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돌풍을 보이며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민진당은 113석 가운데 무려 68석을 휩쓸어 목표치였던 과반(57석) 의석을 훌쩍 넘겼다. 애초 40석이었던 민진당 의석수는 이에 따라 28석이나 늘어났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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