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영의 진학 디자인] 교실 수업개선과 평가방식 변화

수업 형태 바뀌어도 지필고사식 평가 계속된다면?

교실수업 개선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하브리타 수업, 거꾸로 수업 등 새로운 수업 방식이 곳곳에서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형식의 차이는 있지만 이러한 수업 변화의 가장 큰 목표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를 높이는 데 있다.

지난해 KBS에 방영돼 화제를 모은 거꾸로 교실은 '잠자는 아이들을 깨우는 수업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잔다는 것은 수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거꾸로 수업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참여를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지식을 탐구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이 잠을 잘 수 없는 수업 방식을 제시했다.

교실수업 개선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온다. 학생들이 수업을 재미있어하며 스스로 어떻게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가 도입된 중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토론식 수업을 추구하고 있다. 선생님의 역할이 지식 전달자에서 함께 지식을 탐구하는 리더의 역할로 바뀌는 것이다.

학생 참여를 높이는 형태의 교실수업 개선은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수업 개선의 진정한 목표를 놓고 생각해 보면 반드시 정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기존의 강의식 수업은 학생들을 잠자게 하고 새로운 형태의 수업은 학생을 잠자지 않게 한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필자가 학교 평가나 컨설팅을 위해 많은 학교를 방문해서 교실수업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물어보면 성취 수준이나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예상 밖으로 상위권 학생들은 수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토론식이나 참여형 수업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수업 참여도는 높아졌지만 실제 수업 집중도는 강의식 수업보다 떨어진다는 것이다.

교사들 역시 교실수업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형태의 수업을 연속적으로 진행하기에는 수업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사실에 힘들어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수능이라는 무게감에 교실수업 개선을 더 부담스러워한다. 몇몇 학교들이 새로운 수업 형태를 선보이고 있지만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보다는 실험적 수준에 머물고 있거나 정규수업이 아닌 방과후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교실수업 개선은 모든 학교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수준이나 성향에 맞춰 원하는 수업의 형태를 찾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의 역량에 맞는 방식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과목에 따라 강의식 수업과 토론 수업, 참여형 수업 등 가장 적합한 방식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은 교사들에게는 억지로 참여형 수업을 요구하기보다는 강의식 수업의 노하우를 강화하는 방안이 나을 수 있다.

교실수업 개선과 반드시 병행돼야 하는 것이 평가방식 변화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은 평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실수업의 형태가 변하더라도 평가가 바뀌지 않는다면 수업 이후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고등학교에서는 강의식 수업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지필고사 중심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서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입이 수시 체제로 전환되면서 좋은 입시 실적을 내고 있는 학교들의 공통점은 지필고사의 비중을 줄이고 과목별로 필요한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행의 영역을 발표와 과제수행 등으로 다양화하면 학생들 스스로 수업을 준비하는 방식의 변화와 함께 수업 이후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교실수업의 개선을 평가방식의 변화와 함께 진행한다면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 입장에서도 좀 더 다양성 있는 수업 방식을 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수업과 평가 방식의 변화는 단위학교의 여건에 맞게 진행되어야 하고, 과목별 특색과 학생의 수준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무조건 눈에 보이는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이를 이뤄내기 위해 교사들의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를 염두에 둔 실효성 있는 변화를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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