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수년, 빨라야 수개월이 걸린다. 임금은 나랏일을 돌볼 수 없고 관리는 자기 소임을 다할 수 없다. 겨울과 여름에는 군사를 일으킬 수 없고 꼭 농사철인 봄과 가을에 전쟁을 벌인다. 씨 뿌리고 거둘 겨를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백성을 잃고 백성은 할 일을 잃는다. 화살, 깃발, 장막, 수레, 창칼이 부서지고 소와 말이 죽으며 진격할 때나 퇴각할 때에도 수많은 사상자를 내게 된다. 죽은 귀신들은 가족까지 잃고 죽어서도 제사를 받을 수 없어 원귀가 되어 온 산천을 떠돈다. 전쟁에 드는 비용을 치국에 사용한다면 그 공은 몇 배가 될 것이다.'
위 구절은 전쟁에 대한 묵자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이 땅을 동족상잔의 비극이 휩쓸고 지나간 지도 벌써 60여 년이 흘렀고, 당시의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계신 분들 중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이 무척이나 많다 보니 전후에 태어난 우리는 전쟁이 가진 무서움을 잊고 살아가기 쉽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크고 작은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난민이 되고 있으며, IS(이슬람국가)는 연일 테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향하는 창끝은 선진국이라는 프랑스 파리의 중심부를 관통하고도 이스탄불을 공격했고 다음은 어디가 타깃이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어째서 우리는 여전히 이렇게 싸우고, 공격하고, 상처를 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요?
사실 해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분쟁 해결의 가장 쉬운 열쇠임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전쟁이란 도구를 사용해 큰 이익을 보는 자들도 분명 있게 마련입니다.
분쟁을 이용한다는 것. 얼마 전 성인영화임에도 불구하고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인기가 많았던 영화 '내부자들'이 다룬 불편한 진실을 보고 몇몇 관객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화보다 우리 현실은 더욱 추악하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속에도 정말 많은 분쟁이 있습니다. 층간 소음에 얼굴을 붉히는 사람들, 택시 기사를 폭행한 커플, 재산을 둘러싸고 흉기를 휘두르는 가족들까지. TV에 나오는 정치인들은 이해와 관용, 대화와 타협이라는 훌륭한 도구를 버린 채 분쟁으로 하루 종일 뉴스를 장식합니다. 2천 년 전 묵자조차도 전쟁의 무서움을 알고 이를 치국으로 돌리면 훨씬 더 큰 공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는데 왜 우리는 여전히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해답은 가까이 있습니다. 날마다 학생들을 마주하고, 세상을 이끌어갈 미래를 만나면서 이해와 배려, 존중과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외치는 교사로서 다시 한 번 우리 아이들에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나와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이고, 그 만남이 즐거울 수 있으려면 내가 먼저 그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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