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신년 들어 악화일로에서 출발하고 있다. 중국 등을 포함한 세계 증시 폭락과 북한 핵실험 등 국내 경제의 위험요소가 한꺼번에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특히 유례없는 세계 유가 하락은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 구도를 단숨에 무너뜨릴 기세이다.
◆수출·내수 동반 하락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올해 수출 전망은 장밋빛 희망에 불과했다. 애초 한국은행 등은 신년 수출에 대해 낙관했으나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수출액은 85억2천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나 급감했다. 1분기(1~3월) 전체를 살펴보더라도 수출 실적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트라(KOTRA)의 1분기 수출선행지수 전망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와 비슷한 50.0이다. 지수가 기준치 50을 넘으면 지난 분기보다 수출 경기가 좋아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1분기 수출 전망은 악화됐던 지난 4분기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수출이 부진하자 내수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1.3%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소비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를 돌아섰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는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12월엔 백화점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6월(-6.0%) 이후 6개월 만의 감소세였다. 12월 대형마트 매출액도 2.1%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새해 들어서도 중국 증시 급락, 북한의 4차 핵실험, 12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국제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소비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대형마트의 경우 이달 1∼12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고 대형 카드사의 경우 이달 1∼13일 카드 승인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지만 증가 폭이 둔화됐다. 특히 전통시장의 경우 온라인 채널 등으로의 쇼핑 환경 변화로 매출 부진에 빠진 지 오래다. 전문가들은 "연초의 소비 활력이 지난해보다 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는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경제성장률 둔화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 이상 질 빚도 없다
신년 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내수를 떠받들고 있는 중산층에서 더 이상 빚을 낼 수 없게 돼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은 사상 최대폭으로 증가하는 등 돌려막기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도 급증해 오히려 빚 부담이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5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39조1천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새 무려 78조2천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2008년 이후 최대폭이다.
월간으로 보면 지난달 12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한 달 동안 6조9천억원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3천억원에 달해 전월(5조9천억원)보다 증가폭이 컸다.
기업들도 빚잔치다. 지난해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24조1천억원으로 1년간 48조3천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559조6천억원으로 52조8천억원 늘었고, 이 중 개인사업자(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238조9천억원으로 29조7천억원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돈 벌 곳도 없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돈을 벌려고 해도 자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전년 대비 0.2%포인트 오른 9.2%로 집계됐다. 1999년 통계 기준이 변경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00년대 7~8%에 머물던 청년 실업률은 2013년 8.0%로 올라선 뒤 계속 상승세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남자(10.6%)와 여자(7.8%)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청년층 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8만 명 늘었지만 취업자 수는 6만8천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통계 조사 시점에 1주일 이상 돈 버는 일을 한 사람은 모두 취업자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청년 실업자는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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