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대구처럼'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많은 지역 후보의 속이 타고 있다. 그렇지만 대구는 이미 전쟁이 시작됐다. 종전처럼 지역구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 12곳 새누리당 후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4월 본선 경쟁보다 당내 예선이 본선에서 당선을 보장해온 대구의 이상한 분위기 탓이다. 그래서 '대구처럼'만 된다면 도대체 무슨 걱정이냐는 다른 곳 후보들의 비아냥 겸 부러움이 나오는 까닭이다.

대구의 이 같은 이상한 선거 역사는 오래다. 자연히 재미도 매력도 없고 흥행도 떨어진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가 대구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글귀일 뿐이다. 특정당이 편식하는 구도가 철옹성 같다. 흥미없는 것은 당연하다. 상관관계를 알 수 없지만 경제적으로도 대구는 밋밋하고 활기가 사라지고 있다. 전국 최하위권을 맴도는 여러 지표가 그렇다. 경제와 정치가 쌍끌이로 대구의 역동성을 끌어내리는 셈이다.

이러니 젊은이인들 무슨 희망으로 머물까? 젊은이가 빠져나가니 학생 수가 줄 수밖에 없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2000년 44만여 명의 대구 초'중'고 학생 수는 2016년 1월 29만2천여 명으로 3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시교육청은 2000년 이전까지 유지하던 40만~50만 명 선 붕괴에 이어 30만 명 선도 허물어짐에 따라 감소세는 계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활력 잃은 정치, 경제에 젊은이의 탈출 행렬까지 겹친 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지금 대구는 기로에 섰다. 대구의 앞으로 4년을 책임질 새로운 국회의원을 뽑아야 할 유권자로서는 더욱 그렇다. 또 '대구처럼' 선거를 치를 것인가? 사실 대구는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19대 총선까지 특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이 다른 당에 비해 압도적인 득표율(61~66%)을 올렸다. 선거마다 결과는 요지부동이다. 한마디로 몰표의 묻지마 투표였다. '대구처럼'이란 말이 나올 만도 한 선거 결과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겠지만 '대구처럼' 선거한 결과와 대구 학생 수 감소도 그 궤를 같이한다. 특정당이 기뻐할 때 대구 교육계의 시름은 시작됐다.

오랫동안 '대구처럼' 선거를 치른 응보일까? 그 후유증은 다른 곳에서도 튀어나왔다. 여의도에서다. 대구 출신 국회의원의 배지 값 하락이다. 지난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배지 가치를 구체적으로 공개판정했다. '동메달'이다. 수도권 의원은 금메달, 경상도 의원은 동메달이라는 그의 판단은 대구 의원을 염두에 둔 것과 다름없다. 당 깃발만 달고 나오면 당선되니 그랬을 것이다. 은메달도 아까우니 동메달로 셈한 것이다.

과거 역동적이었던 대구는 지금 정치적으로 새누리당 대표로부터조차 동메달 취급받는 그런 땅이 됐다. 대구라는 공유지를 독식하도록 지지한 대가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그 동메달을 따겠다고 내로라하는 후보들이 새누리당에 몰린다. 가관은 새누리당 깃발 아래 모인 후보가 내세우는 출마 이유와 내거는 구호다. 하나같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이다. 유권자 대신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둥치를 통해 뿌리 내리고 가지 뻗어 열매 맺겠다는 '접박'(椄朴) 마케팅이다.

이처럼 새누리당 후보들 생각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왜? 이번에도 '대구처럼' 선거가 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유권자 의식이 변하는 추세여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즉 접박 후보 선택에 신중해지고 특정당 중심에서 벗어나는 민심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어서다. 대구 정치와 선거에서 한가닥 실낱같지만 활기와 활력을 느끼게 하는 새해 요즘이다.

과연 이번에도 종전 같은 '대구처럼' 선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선택을 통한 "역시 선거는 '대구처럼' 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해석이 가능한 '대구처럼' 선거가 될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대구시민의 몫이다. 동메달 판정의 '오판' 여부도 그때 판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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