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죽은 사람에게 표를 던지기도 한다. 1956년 대통령 선거 때 일이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 대한 피로감이 극도로 치닫던 당시 민주당 후보로 신익희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내건 선거구호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신 후보가 선거 직전 급서하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자유당을 비판하던 유권자들은 무효표를 던졌다. 개표 결과 투표자의 20.5%에 해당되는 185만 표의 무효표가 나왔는데 이 중 대부분은 신익희를 향한 추모표였다.
1956년의 무효표는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인데 반해, 사람이 죽은 것도 모르고 표를 던져 당선자가 나온 사례도 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부산에서 구의원에 출마한 한 인사가 선거 개시 전에 자취를 감췄는데 유권자들 상당수는 선거 기간 내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그에게 표를 줬다.
그러나 이 인사는 선거 개시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중에 확인됐다. 유권자들이 소속 당만 보고 '묻지마식' 투표를 한 결과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합리적으로 투표에 임할 것이라는 믿음은 미신일 수도 있다. 인물됨이나 공약의 질보다는 특정 정당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가 당락의 절대 변수가 되는 후진적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대구경북에서는 물갈이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능력 없는 정치인은 솎아내야 마땅하지만, 유독 대구경북이 매번 선거 때마다 물갈이 대상 지역으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지역민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거듭된 물갈이로 인해 초선 의원만 양산되는 것 역시 지역발전에 결코 득일 수 없다.
물갈이의 잣대로 회자되는 것이 '박심'(朴心)이라는 사실도 유감스럽다. 4년 전 대구경북에서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 너나없이 친박(親朴)임을 자처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상당수가 진박(眞朴)이 아니더라"는 식의 장광설이 나도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영화 '부당거래'에 명대사가 나온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 대구경북민들이 지속적으로 보낸 호의를 정치권은 권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잡은 고기엔 먹이를 안 준다고 했는데 대구경북은 '잡은 고기' 대접을 받은 지 꽤 오래다. 그 풍토를 만든 일차적 책임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있다. 물론, 이를 바로잡을 힘 또한 지역민들에게 있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