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인위적 '친박 재배치', 대구시민의 뜻에 어긋난다

이종진 새누리당 국회의원(대구 달성)의 불출마 선언은 '친박 재배치론'과 관련해 두 가지 추측을 낳는다. 대구의 현역의원 불출마 선언이 이 의원에 국한한 단발성이냐 아니면 제2, 제3의 '이종진'이 나올 것이냐이다. 인위적 물갈이에 대한 대구 여론의 마뜩잖은 반응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불출마 선언과 이를 통한 '선수교체'는 경우에 따라서는 큰 후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역의원 불출마는 이 의원으로 그칠 것이란 관측에 더 무게를 실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구 정가에서는 불출마가 추가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더 우세하다. 그 근거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구 여론의 변치 않는 지지이다. 이를 감안할 때 '친박 재배치'에 따른 부정적 여론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친박 재배치에 대한 현재까지의 대구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음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반대 기류를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친박이 출마를 선언한 지역구의 비박계 의원 1, 2명이 조만간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거나, 친박계 현역의원이 불출마하고 그 자리를 다른 친박이 물려받을 것이란 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배경이다. 이 중에는 실명까지 거론되는 인물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불출마의 반대급부로 공공 부문의 요직을 제안했다는 설도 나온다.

현역의원의 자질이 떨어지거나 존재감이 없다면 당연히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인위적 물갈이가 아닌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매일신문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 대구 시민의 뜻이다. 'TK물갈이론'에 공감(54.0%)하지만, 그 방식은 공정한 경선(60.6%)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대구 정가를 달구는 친박 재배치론은 이런 대구시민의 뜻에 어긋난다. 이런 일방통행식 후보 결정은 대구 시민의 자존감을 건드리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음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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