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甲子園)은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西宮)시 남동부 지역의 명칭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야구장(1924년 개장)인 고시엔 구장이 있어 흔히 고시엔이라고 하면 고시엔 구장을 먼저 떠올린다. 고시엔 구장은 1936년부터 오사카를 본거지로 한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스가 홈구장이지만 일본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이기도 하다.
특히 봄'여름 두차례 이곳에서 열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는 유명하다. 8월 여름 고시엔 대회가 열릴 때면 열도 전체가 들썩일 정도다. 치열한 지역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은 본선무대인 고시엔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하고 마운드 흙을 기념으로 가져간다. 동문과 재학생, 출전고교 지역민들로 가득 찬 관중석은 아쉬움의 눈물과 기쁨의 눈물이 교차한다. 극적인 승부도 많아 '고시엔에는 도깨비가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역사와 전통, 추억이 뒤섞여 스토리가 되고 전설이 된 것이다.
유년시절을 보낸 중구 태평로 6가에서 이리저리 얽힌 좁은 골목을 돌아나가면 맞닿은 곳이 바로 고성동 시민야구장이었다. 마치 울타리처럼 시민운동장 둘레를 빙돌아 서 있던 키 큰 플라타너스는 변함이 없지만 흔적조차 없는 수영장과 하수천 등에 대한 50년 전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1948년 문을 연 대구시민운동장이 시민생활체육시설로 변신한다는 소식이다. 올해 삼성이 라이온즈파크로 무대를 옮기면서 2018년까지 565억원을 들여 복합스포츠타운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주경기장은 대구FC 전용구장으로, 야구장은 사회인 야구장으로 거듭나고 체육공원도 만든다.
많은 이들이 최신식 시설로 탄생한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대구의 새 랜드마크로 손꼽는다. 하지만 오랜 역사와 시민 추억, 정서로 치면 시민운동장이 더 두텁다는 점에서 올해를 시민운동장 제2 역사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고시엔의 사례처럼 그냥 시민운동장이 아니라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스포츠타운' 등으로 고쳐부르거나 아마야구'사회체육의 성지로 키워낸다는 각오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국내 아마 야구인과 많은 서울 시민은 지난 2008년 철거돼 사라진 '동대문야구장'(1925년 개장 당시 경성운동장 야구장)에 못내 아쉬움을 갖고 있다. 이런 서울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내 최고(最古) 대구시민운동장의 새 미래에 대한 대구시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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