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56)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은 성공한 벤처기업가다. 산골 소년이 상경해 별다른 인맥도 없이 크게 자수성가한 배경은 '창조와 혁신, 새로운 도전정신'이었다.
대학 졸업 뒤 대기업과 외국 반도체 회사에서 모방과 외국 엔지니어 뒷바라지 역할에 한계를 느낀 그는 창조적 엔지니어로 거듭나기 위해 직접 벤처회사를 차렸다. 최초로 개발한 제품으로 회사를 창립한 뒤 꾸준히 새로 개발한 제품만 내놓았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등록한 특허만 2천 개를 훌쩍 넘겼다.
황 이사장의 또 다른 관심은 사회공헌이다. 그는 기업과 사회를 따로 보지 않는다. 기업도 공동체 사회 안에서 존재하는 만큼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집무실에 있는 수백 장의 위촉장과 표창장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5년 전 올바른 기업가정신의 확립을 위해 20억원을 출연해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창립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청년들에게 창업정신과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청년희망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다.
창조적 기업운영과 사회공헌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황 이사장으로부터 벤처기업 경영의 경험담, 청년과 기업인들이 지향해야 할 정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청년희망재단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고용창출을 늘리자는 것이다. 하지만 청년 실업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부가 고용과 관련해 15조원을 지원해도 청년 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금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정부나 기업이 아닌 개개인이 쌈짓돈을 내서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운동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 자체가 가치 있고, 위대한 것이다. 특히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에 관심을 갖고, 이들에게 희망을 줘야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 중요하다.
-청년희망펀드는 얼마나 모였나.
▶현재까지 10만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1천100억원가량을 모았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지난해 12월 말 사무국을 만들어 멘토링 교육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기금을 집행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집행하는 돈은 1년 전 계획한 예산대로 집행해야 하지만, 희망펀드에서 만들어진 기금은 언제든지 필요할 때 집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펀드는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분야별 멘토링 및 특강, 일자리 원스톱정보센터 구축, 일자리'창업능력개발사업, 벤처기업의 해외 수출을 도와줄 '청년글로벌보부상' 발굴'육성프로젝트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다. 정부가 생각하지 못한 사업을 재단에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나 관련 기관이 알거나 느끼고는 있었지만 구체화하지 못한 것, 다른 기관에서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한 것을 집행할 계획이다.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이 는다. 직업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많으면 일자리가 많고, 월급 주는 사람이 많으면 월급 받는 사람이 많다. 이런 면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창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기금을 활용할 생각이다.
기업 및 창업을 지원하는 각 기관들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 정부가 지원하지 못하는 곳, 기업'창업 지원기관들이 살피지 못하고 있는 사각지대에 지원을 하겠다. 재단은 정부와 달리 집행에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면 재단이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고용을 창출하는 일이나 철학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영원해야 한다. 청년희망재단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떤 정부나 기관들도 해야 할 일이다. 이 재단에 모인 기금은 정부 예산이 아니기 때문에 취지에 맞게 지속적으로 집행돼야 한다.
-5년 전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설립했는데, 청년희망재단과의 차이는.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만든 이유는 기업인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대한민국 정신'을 찾으면 이에 대한 정의가 없다.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은 중소기업인들이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갖도록 하고, 그 정신이 대한민국의 정신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재단이다. 이와 달리 청년희망재단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대학 졸업 뒤 샐러리맨에서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대기업 반도체회사에 다니면서 진정한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반도체 기술은 모두 미국에서 들여왔고, 우리는 엔지니어라기보다 미국 엔지니어의 뒷바라지 역할에 그쳤다. 1년 남짓 다니다 외국 반도체회사 한국지사로 자리를 옮겼는데, 월급은 많았지만 독립된 엔지니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대학 졸업 8년 만에 '내 손으로, 내 아이디어로' 반도체 장비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요량으로 창업했다.
-제품의 특징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를 만드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제품은 모두 최초의 제품이다. 모방이 없다는 말이다. 최초로 개발한 제품으로 창업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등록한 특허가 2천 개가 넘는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위기는 없었나.
▶많았다. 기업 경영은 야구와 비슷하다. 투수가 공 던지는 것을 보고 치는 게 타자다. 보고 치는데도 안타 칠 확률이 30%를 넘기 어렵고, 4할대 넘는 타자는 잘 없다.
사업은 미래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는 안타 칠 확률이 10%를 넘기기 어렵다.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업은 항상 어렵다. 보이지 않는 미래와 경쟁자, 시장 등을 예측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100% 성공하기는 어렵다. 특히 고객을 잘못 이해해서 기업이 무너지는 게 50%가량 될 것이다.
-왕성한 사회활동이 기업경영에 부담이 되지는 않나.
▶회사일은 기본으로 하면서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등한시하면서 사회활동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특히 창업자는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하면 할수록 사업이 더 잘되고, 기업이 나아질 수 있다. 사회성이 좋은 기업일수록 더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업의 가장 든든한 후원 세력은 혈연'학연'지연보다 대한민국 사회다. 우리 사회를 위해 돈을 쓴다면 다시 기업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사회공헌활동을 포기하면 마케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창조경제 진입 시기 청년이 변화 선도해야 우리나라 희망 생겨"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를 선도해야 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람입니다."
황철주 이사장은 청년들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쫓아가기만 할 게 아니라 '변화를 만들고 선도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정신없이' 살았다. 6'25전쟁 이후 빵을 위해 살았다. 뭐가 옳고 그른지, 어떤 일이 행복하거나 불행한 것인지 돌아볼 여지도 없이 살았다"며 앞선 세대의 길과 앞차만 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초보 운전자에 비유했다. 또 "할아버지, 아버지, 우리 세대가 정신없이 쫓아가기만 했다. 열심히 쫓아가다 보니 성장을 했고, 이젠 더 이상 쫓아갈 데가 없다"며 "그렇게 해서 좋은 세상은 만났는데, 여기가 어딘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모방경제시대였다. 이젠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넘어가는 과도기다"라며 "모방에서 창조로,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쫓아가는 사람에서 앞서가는 사람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청년들은 변화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세대가 돼야 대한민국에 희망이 생긴다는 것. 그는 "새로운 기회는 변화에서 오고, 청년들은 그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황 이사장은 또 대학 졸업이나 창업을 앞둔 청년들이 어렵고 힘든 일에 도전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말라. 쉽고 편하고, 많은 사람들이 잘 될 것이라고 하는 것일수록 오히려 경쟁자가 많고 실패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것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황 이사장의 기업 성공 요건…시장 안목·마케팅 >R&D
황철주 이사장은 기업이 도약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시장을 보는 안목과 마케팅을 꼽았다.
그는 "대다수 기업인들이 지식과 기술을 보고 연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개선과 모방밖에 할 수 없다"며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안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선진국의 기술과 지식을 보고 연구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이를 현실화시키는 연구를 해야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연구개발(R&D)보다 마케팅을 더 강조했다. 그는 "연구개발은 과학이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된다. 하지만 시장은 뒤통수도 치고 변수가 너무 많다"며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한다고 세계 최고가 되지 않는다. 이것보다 10배 더 힘든 것이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개발을 통해서는 1단계 올라갈 수 있지만, 나머지 9단계를 올라갈 수 있는 것은 마케팅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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