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물 안보와 물 복지

시원한 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다. '음수사원 굴정지인'(飮水思源 掘井之人·물을 마실 때 그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한다)의 글귀처럼 일 년 내내 걱정 없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한 마음이다.

현재 충남 서부지역은 주요 수원인 보령댐 물이 말라 20% 절수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경북의 많은 저수지도 저수량이 평년에 못 미쳐, 안동댐은 봄 가뭄에 대비해 방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물관리를 잘못해서 물 공급이 중단되거나 가뭄'홍수가 발생하고 수질관리에 실패할 경우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면 아찔한 느낌마저 든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물 재해가 1980년에 비해 3배 증가했다. 세계은행 등은 세계인구의 13%(약 9억 명)가 안전한 음용수 사용을 못 하고 있고, 2025년에는 28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오염된 물로 인한 사망자가 하루 1천400명에 달하며, 물이 국제분쟁과 갈등의 제1원인이 될 것이라는 세계경제포럼의 예상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당장 물 부족이나 물 관련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물에 대한 인식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 물은 깨끗하게 지키고 관리해야 할 대상인 동시에 식량'에너지와 더불어 인류 생존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대체 불가능의 필수재로서 '물 안보' 개념을 중요시하고 있다. 누구나 평등하게 물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물 복지'의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우리도 기상이변과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물 안보' 실현을 위해 제도 정비와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투자와 개선이 있었지만 이원화된 물관리의 조화와 일관성 확보, 용도별 다양한 물관리기관의 통합 방안이 시급하다. 또 갈등 조정 등 물관리 기본체계 마련과 노후 저수지 개보수, 지류'지천 정비 등 체계적인 통합 물관리(IWRM) 원칙을 세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물 복지의 실현을 위해서는 위생적이고 안전하며 인체에 유익한 물에 대한 접근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로 인정되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물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해수담수화시설 확충, 지하수댐과 중소규모 댐건설, 기존 수자원시설 활용의 극대화 등 수자원 공급체계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물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자원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요금 정책 등 수요관리도 병행되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물의 공급이 보장되어야 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산간오지, 도서지역에도 수자원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수자원공사는 국민과 물 관련 모든 정보와 통계를 공유하고, 국가의 물안보와 물복지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빅데이터 기반의 물정보 포털인 'My Water'(water.or.kr)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복잡하게 산재한 물 관련 정보를 한곳에 담았다. 우리 집 수돗물의 수원지와 정수장, 흘러온 경로와 구간별 수질 정보도 알기 쉽게 검색,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물의 가치와 물관리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 개선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1천274㎜로 풍부하나 1인당 이용 가능한 물의 양은 1천453㎥로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다. 물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국가로 분류된다. 하지만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35ℓ로 영국(282ℓ), 독일(173ℓ)보다 훨씬 많다. 최근 10년간 호우로 인한 피해액이 전체 자연재해 피해액의 51%를 차지했다. 물관리 여건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는 일이 보다 절실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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