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 적자 쇼크,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계기 돼야

포스코가 창립 4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큰 충격을 줬다. 지난해 연간 순손실(연결기준)이 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포스코와 지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포스코의 부진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포스코가 단순하게 영리 추구에만 몰두한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에 따른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세워진 국민기업이고, 본사를 포항에 두고 지역 경제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왔다는 점에서 그 충격파가 엄청나다.

실제로 포스코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을 예상하고 본격적인 구조조정 및 원가 절감에 나서면서 포항권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포항철강공단 277개사 가운데 16개사가 휴'폐업에 들어갔고 10여개사는 법정관리를 진행 중이다. 철강 관련 업체마다 정리해고, 인원 조정 등으로 큰 홍역을 치를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포항시민들은 '(철강산업으로 흥했다가 쇠락한) 제2의 피츠버그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을 정도다.

한때 우량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포스코가 이렇게 전락한 데에는 표면적으로는 국제 철강 경기 위축과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이 원인이다. 그렇지만 포스코가 구태와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자기 혁신의 노력을 게을리 한 잘못이 훨씬 크다. 회장 선임 때만 되면 정권에 줄을 대고, 정치권에 휘둘려 온갖 특혜'외압설이 끊이지 않은 역사를 갖고 있지 않은가. 정준양 전 회장은 8조원으로 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와 연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몇몇 기업을 인수했고, 결국 그 기업들은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다. 허허벌판 백사장에서 맨주먹으로 제철소를 시작한 창업정신이 퇴색하면서 오늘의 위기를 낳은 것이다.

포스코는 현재 어렵지만, 구조조정과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예전의 성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처럼 권력에 기대 일신의 안위를 도모하려는 경영진의 분위기를 바꾸지 않는다면 또 다른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에 정치권과 결연히 절연하는 특단의 결심이 없을 경우 포스코의 미래는 없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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