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4) 씨는 월세 10만원짜리 반지하 단칸방에 산다.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는 것도 그의 몫이다. 수입이라곤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받는 노임이 전부다.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던 그는 최근 공사 현장에서 허리를 다쳤다. 하지만 그는 병원을 찾지 못했다. 건강보험료를 연체한 탓이었다. 최저생계비의 150% 이하인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니었다. 방치됐던 두 모자를 찾아낸 건 달구벌복지기동대였다. 그에게 병원 진료와 공공근로를 알선한 건 달구벌건강주치의였다. 지역사회의 의료복지가 암울했던 A씨의 삶에 빛을 던져준 셈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사업은 지역 사회의 건강 불평등을 줄이는 수단이다. 달구벌건강주치의로 연인원 1천여 명이 방문 및 외래, 입원 진료 서비스를 받았고, 복지기동대로 수혜를 받은 이들도 8천40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A씨처럼 운 좋은 사례가 내년 이후에 또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달구벌복지기동대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탓이다. 정부가 규정한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이라는 이유다. 저소득층에게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주는 사업도 '중복'이라는 이유로 오는 2019년까지 축소, 폐지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건강보험료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저소득층이 여전히 많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하위 20%에 속하는 이들은 중구와 서구에서만 전체 주민 중 19%나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이 질병으로 생계 수단을 잃으면 즉시 절대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이들에겐 병원 문턱도 높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도 단돈 몇만원이 없어 회복 불가능한 합병증에 시달린다.
이러한 건강불평등은 갈수록 심화하고 고착화되고 있다. 의료 이용이 양극화하고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특히 대구는 구'군에 따라 소득 격차가 뚜렷하다. 지역별 소득 격차는 1인당 평균 건강보험료 납부 규모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대구에서 평균 건강보험료가 가장 높은 지역은 수성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성구의 지역 가입자 평균 보험료는 10만5천795원으로 전국 178개 시'군'구 가운데 15위였다. 달서구도 9만4천781원으로 34위를 기록했다. 북구는 9만2천612원으로 39위였다. 대구에서 전국 평균 지역보험료(8만4천41원)보다 납부액이 높은 곳은 3곳이 전부다. 가장 보험료를 적게 내는 지역은 남구였다. 남구의 지역 가입자 평균 보험료는 6만5천954원으로 전국 134위에 그쳤다.
이 같은 소득 격차는 건강 격차로 이어진다. '기대수명'은 건강 격차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뜻한다. 2013년에 태어난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81.9년이다. 수성구의 평균 기대수명은 82.64세로 평균 이상이다. 반면 서구는 79.84세로 평균보다 2년이나 짧다. 소득까지 고려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소득 5분위(상위 20%)는 소득 1분위(하위 20%)보다 6.38년을 더 산다.
건강지표는 지역 사회 건강 불평등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우리나라에서 의료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의료 보장은 가장 강력한 복지 서비스이기도 하다.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 사회의 기반은 탄탄해진다.
하지만 정부의 시각은 다른 모양이다. 보건복지부는 올 초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와 해외 진출, 원격의료 등 의료산업 정책을 줄줄이 쏟아냈다. 의료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돈도 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산업과 의료 영리화는 보건복지부가 할 일은 아니다. 보건복지부 스스로 밝히듯이 사회안전망 확충과 국민의 건강한 삶 보장, 노후생활 지원 등이 자신들의 과제다. 환자 데려오라며 병원들을 해외로 등 떠밀고, 시범사업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원격의료를 확대한다고 나서는 건 보건복지부가 목숨 걸고 매달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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