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활절 전 성목요일 세족식, 교황 "올해부터 여성 참여"

가톨릭에서 부활절 직전의 성목요일에 거행하는 세족식에 올해부터는 여성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남성만 발을 씻겼던 수백 년 된 세족식 관행을 바꿔 여성도 참여하도록 교령을 내렸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교황 선출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때부터 이렇게 했고, 2013년 교황으로 즉위하고 나서 몇 주 지난 성목요일에 로마의 한 소년원에서 여성과 이슬람 신자의 발을 씻겨 줘 가톨릭 보수파들을 놀라게 했다.

가톨릭에서는 예수가 죽기 전날 12사도의 발을 씻겨줬던 겸손함과 박애 등을 본받고자 부활절 직전 목요일에 전 세계 교구별로 세족식을 거행한다. 보수적인 교구를 위주로 남성의 발만 씻는다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령에서 "신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한 이와 아픈 이, 성직자와 일반신도들 모두 발을 씻기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령은 또 사제가 세족식 거행에 앞서 '신자와 다른 이들'에게도 참여할 수 있음을 알려주도록 규정해 비가톨릭 신자에게 문이 열려 있음을 내비쳤다고 AP통신은 풀이했다.

이번 교령과 함께 예배식 책임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가 인류를 구원하고자 헌신한 뜻이 온전히 나타나도록 예배 방식이 바뀌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여성의 사제 서품을 주장해온 '여성서품회의'는 "변화가 가능함을 뜻하는 신호"라고 환영했다.

반면 가톨릭 보수 단체와 인사들은 "사제들이 믿었던 기반을 빼앗기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간 가톨릭이 여성에게 더 많은 힘과 자리를 주길 원한다고 밝혔지만 여성 사제 서품에 대해서는 '문이 닫혔다'며 실현 가능성을 배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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