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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식물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아예 없었을 지도 모를 일…『곡물의 역사』

곡물의 역사

한스외르크 퀴스터 지음 / 송소민 옮김 / 서해문집 펴냄

음식과 관련된 콘텐츠가 넘쳐 나는 요즘이다. 음식과 먹거리를 결합한 책들도 많다. 하지만 세계사를 비롯해 어떤 학문 분야에서도 재배식물에 관한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하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명한 생태학자인 퀴스터는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가 거의 매일 이용하는 슈퍼마켓에는 다양한 식품이 있다. 빵과 밀가루, 설탕, 과일, 채소 등을 우리는 1년 내내 사서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원산지의 중요성도 사라졌다. 이는 재배식물이 글로벌화 되었고, 농업 기술이 발전해 대량으로 재배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키위는 원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데, 20세기 초 뉴질랜드에 들어와 대량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그 후 뉴질랜드산 키위가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사람들은 으레 키위를 뉴질랜드 과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현대 농업에선 대량생산을 위해 점점 더 커지는 경작지에서 점점 더 적은 수의 농부가 경작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슈퍼마켓에서 더 다양한 식품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재배식물, 곧 곡물 생산자인 농부와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의 배후에 '농업'이라는 문화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이 경작, 농경문화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만일 재배식물이 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아예 시작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결국 곡물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곡물에 모든 것이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렇다"고 했다. 336쪽, 1만4천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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