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볼 판정은 건드리지 맙시다."
2014년 7월 1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KBO리그 올스타전을 앞두고 모인 한국프로야구 9개 구단(당시 케이티 위즈는 2군에서 경기) 1군 사령탑은 감독자 회의를 열고 비디오판독 확대를 논의했다.
2014년은 치명적인 오심으로 팬들의 원성이 높았던 해다.
이 자리에서 감독들은 기존 홈런·파울에 대한 판정 외에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 때 아웃·세이프,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을 비디오판독 대상으로 정했고 '오심 논란'에 고민하던 KBO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비디오판독 대상이 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은 심판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권위'로 인정받았다.
심판마다 조금씩 다른 스트라이크존을 손대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했다.
감독자 회의에 참석한 한 감독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건드리지 맙시다'라는 얘기가 나왔고 모두가 동의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점점 설득력을 잃는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300억원을 들여 자체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프로야구도 이르면 2016년 후반기, 늦어도 2017시즌에는 자체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시행할 계획이다.
비디오판독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일본프로야구도 생각을 바꾸고 있다.
홈런·파울 판정에만 비디오판독을 했던 일본프로야구는 2016년 홈 접전 상황에도 비디오판독을 하기로 했다.
심판 판정이 '변수'가 되는 걸, 줄이려는 의도다.
최근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컴퓨터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ESPN 칼럼니스트이자 야구통계학자 댄 짐보스키는 "심판보다 더 정확하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할 수 있는 '기술'은 갖춘 상태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더 정확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볼 판정 하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2015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볼일 때 OPS는 0.815였던 반면 1스트라이크일 때 OPS는 0.423으로 뚝 떨어졌다.
1볼-2스트라이크일 때는 0.423, 2볼-1스트라이크일 때는 0.873이었다. 심판의 볼 판정 실수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 조시 도널드슨을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선수로 만들 수 있다"고 구체적인 자료까지 제시한 짐보스키는 "내 주장이 심판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변화를 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이저리그는 2014년부터 홈런 판정, 인정 2루타, 팬의 수비 방해, 직접 포구 여부, 포스 아웃 상황, 태그 플레이, 파울·페어, 외야수 낙구, 몸에 맞는 공, 희생 플라이 때 주자 움직임, 베이스 터치, 선행 주자 추월, 안타·실책 등 기록에 대한 판단 등 총 13개 부문에서 비디오 판독을 한다.
하지만 심판의 권위보다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메이저리그도 스트라이크존은 '건드리지' 않았다.
ESPN의 주장은 그래서 더 파격적이고 논란을 부른다.
한때 미국은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에서 컴퓨터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실험했다.
1970년 마이너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로봇 주심이 등장해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했다.
그러나 이 로봇 심판은 날씨, 타자의 동작 등에 영향을 받아 수차례 오작동을 했다.
오작동을 줄이고자 새로운 공을 개발했지만, 공의 가격이 너무 비쌌다. 첫 번째 실험은 실패였다.
미국 독립리그 산 라파엘 퍼시픽스는 지난해 7월 29일과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라파엘의 앨버트 파크에서 열린 홈 경기에 컴퓨터 심판을 내세웠다.
구심 대신 피치에프엑스(투구추적 시스템·Pitch F/X)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했고, 에릭 반스 심판이 컴퓨터가 내린 판정을 육성으로 선수와 팬에게 전달했다.
그 경기에서 스트라이크·볼 판정 논란은 없었다.
야구공을 추적하는 시스템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3대 이상의 카메라로 투구 궤적을 분석하는 피치에프엑스에 이어 미사일 추적 기술을 결합한 스탯캐스트도 세상에 나왔다.
메이저리그 팬들은 투구의 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팬 생각과 다른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오심'이라고 판단하는 근거가 생겼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이 자주 논란의 대상이 되면, 컴퓨터 심판에 대한 논의는 거세질 수 있다.
KBO는 메이저리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메이저리그의 자체 비디오판독 시스템이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을 보고 KBO도 자체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트라이크·볼 판정 문제는 무척 예민한 문제다. 현장에서도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심판의 재량에 맡기자'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안다"며 "메이저리그도 이를 비디오판독 대상에 넣지 않고 있다. 우리도 아직은 스트라이크존이 논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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