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연한 기회에 막대한 유산이 주어진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그리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현재의 나와 내 주변을 모두 버려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아마 대부분이 유산을 선택하고 현재의 상황을 버리려 할 것입니다. 여기 우연히 받은 유산에 자신의 현재를 버리고 더 나은 미래를 잡았다고 생각했던 한 사람이 있습니다. 탈출한 죄수에게 우연히 작은 선행을 베풀고 큰 유산을 받아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위대한 유산'의 주인공 핍 말입니다.
이 이야기는 산업혁명을 거쳐 비약적인 발전을 한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영국 사회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만은 않습니다. 물질숭배, 빈부격차 측면에서 현재 한국 사회와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소위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라는 신종단어가 생겨났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말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빗댄 말입니다. 이 말은 부모가 갖고 있는 경제적 부의 수준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나뉘어 그 자녀의 삶 역시 똑같이 결정 난다는 자조적인 표현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표현으로 보았을 때 19세기 영국의 핍과 우리는 같은 시대 상황에 처해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내게 주어질 유산에 점점 더 익숙해지면서 나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서서히 그것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눈치 채기 시작했다.(중략) 하지만 그것이 전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이란 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중략) 한밤중에 잠에서 깨면 기진맥진한 기분으로 만약 미스 해비셤의 얼굴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옛날의 그 정직한 대장간에서 조와 동업자가 된 걸 만족해하며 어른으로 성장했더라면 틀림없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고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이렇게 막대한 유산으로 신사 교육을 받던 핍은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도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결국은 가난했지만 자신에게 따뜻한 사랑을 주었던 자형과 주변인을 그리워합니다. 뜻하지 않은 큰 유산으로 겉은 신사가 되지만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삶을 후회합니다.
좋은 학벌을 갖추고 편한 직업을 얻고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를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이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겉모습을 치장하기에 급급한 우리에게 찰스 디킨스는 핍의 성장기를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참다운 신사는 남이 주는 기회에 호의호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해 가면서 가족을 아끼고 사랑을 나눌 줄 아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위대한 유산'을 통해 통장 잔액보다 더 중요한 물려받아야 할 유산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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