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아르바이트

요즘 학교 근처 식당에 가면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이 많다. 학생들은 식당에 손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잠과 싸워가며 공부하던 아이들이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가끔 유흥비 마련이 목적인 경우도 있지만) 우리 사회의 계급 서열로 보면 제일 밑바닥에 있는, 을 중의 을인 아르바이트생으로 있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무 권한도 없는 일개 알바이면서 우리 일행들에게 서비스 하나라도 더 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보면 미소가 나오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이 하는 '아르바이트'는 이제 완전히 우리말이 된 것을 지나서 줄인 말인 '알바'에 밀리고 있는 말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말을 '부업'으로 순화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부업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부업'이라고 하면 주업이 있는데, 추가로 더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재의 '아르바이트'라는 말의 범주에는 본래의 직업이 아닌 일을 하는 부업도 포함되지만 직업이 없는 상태에서 임시로 하는 일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아르바이트가 독일어 Arbeit에서 온 말인데, Arbeit가 의미하는 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아르바이트와는 의미가 상반된다는 점이다. 예전에 독일어 선생님은 동사 'Arbeiten'(아르바이텐)을 설명하면서, "이 동사는 단순히 '일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자기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할 때 Arbeiten을 쓴다.

그래서 Arbeiten은 노동자들에게는 '생산하다'는 뜻이 되고, 교사에게는 '올바로 가르친다'는 뜻이고, 학생에게는 '공부하다'는 뜻이 된다. 우리 사회가 올바르지 않은 데에는 Arbeiten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열변을 토하셨다.

그런데 그 Arbeiten이 우리나라에 넘어오면서 '자기 자리가 아닌 일, 자기가 할 일이 아닌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도 나는 지금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을 격려해 주고 싶다. 군 제대 후 복학을 하기 전까지 나는 구미에 있는 한 하수도 준설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하수도를 포복으로 누벼봤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사범대생, 교사의 자리에 와서도 두려움도 없고, 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세상의 낮은 곳에 처해 보면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나름대로 넓어지고 좀 더 여유가 생겼다. 학생들에게도 지금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나중에 Arbeiten하는 데 큰 자산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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