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중화국제금융질서와 한국

올해 1월 16일, 중국이 주도하고 한국과 영국, 독일,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뉴질랜드 등 57개국으로 구성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하였다. 중국은 AIIB 출범을 계기로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의 견제를 돌파하며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일차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AIIB 가입 여부에 관한 박근혜정부의 '미국 눈치 보기'는 세계경제 흐름과 한국의 경제적 좌표를 망각한 일이며 새로운 경제기구 내에서 중국 다음의 제2 주주국으로서의 주도권을 가질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중국은 지난 30여 년 동안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미국과 함께 경쟁적 세계질서 체제의 주역인 G2로 부상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달러의 가치가 장기적으로는 하락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국제통화기금은 집행이사회에서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기반 통화 편입을 결정하여 달러. 유로 다음으로 위안화가 세계 3대 국제기축통화로 부상하였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강의 국민 및 기업 예금국가와 채권국가로서 잉여자본을 보유하였으며, 이를 반영한 중국 위안화의 잠재 통화가치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IMF 자료에 의하면 2014년 중국의 GNP는 10조3천554억달러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학계와 재계는 위안화가 향후 5~10년 안에 태환성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AIIB를 출범시키면서 2020년까지 상하이를 국제금융 중심으로 만들 것을 천명하였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 중심의 미국식 세계경제 질서에 맞서는 경제적 중화세계 질서는 중국의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는 '중화국제금융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세계 최대 자원 수입국인 중국으로서는 제3세계 자원 수출국들과의 관계에서 패권을 점하기 위해서라도 서방세계 질서의 금융보다 더 경쟁력이 있을 중화국제금융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그 선상에서, 중국판 국제금융기구 AIIB를 설립하였다.

IMF와 WB가 국제 금융재벌과 환투기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게 되면서 초래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과도한 양적완화와 환율전쟁, 투기 자본의 유출과 기업 및 국부의 헐값 매수 등으로 국가 부도의 위기로 내몰리게 되었던 개발도상국이나 아시아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중화국제금융은 수탈적이지 않으며 그 문턱이 낮아 상대적으로 친근하게(User friendly) 느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중국의 팽창에 맞서 미국과 일본이 주축이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2015년 10월 타결되었다. 무역 장벽을 철폐하고 시장 개방을 하자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12개국이 참여하며, 이는 전 세계 GDP의 40%에 이르는 28조달러와 전 세계 교역량의 2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한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중국과 FTA를 추진하면서 눈치를 보다가 창립회원국 참여의 기회를 놓쳤다.

서방세계 질서와 중화세계 질서의 경쟁 구도가 격화될 동북아에서, 두 세계 질서 사이를 오가는 한국의 지정학적인 포지셔닝을 주관해 나가는 데 힘과 외교적 지혜를 비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차이나의 균형적 병립이, 현재의 분단 상황에서 보다 통일한국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는 합리적 인식을 중국과 미국만이 아니라 한반도 주변국가와 세계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 통일한국이 동북아시아의 정치·경제적 번영으로 가는 효과적 지름길로 받아들여지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다각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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