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빚 탕감 신청 20대 대구 1만명 육박

신용회복위 작년 신청 현황 합계…"대학생 학자금 고금리 호소 많아 햇살론 이용땐 5%안팎"

"빚이 이렇게 무서운 줄 미처 몰랐습니다."

지역 한 대학에 재학 중인 김성수(가명'21) 씨는 몇 해 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삼촌을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고, 얼마 안 돼 삼촌까지 위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된 것을 알게 됐다. 생계 및 병원비는 대학을 다니는 김 씨의 몫이었다.

휴학 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장도 다녔지만 뻔한 월급으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TV 광고를 통해 대부업체를 알게 됐고,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5군데에서 300만원씩 1천500만원을 빌렸다. 두세 달 동안은 수술비 등이 해결돼 숨통이 틔었다.

그런데 문제는 대출받은 돈이 다 떨어진 넉 달째부터 시작됐다. 이자 납부일을 하루 넘기기 무섭게 5군데서 한꺼번에 이자 독촉이 시작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심한 독촉 탓에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기가 무서울 정도였고, 어느 날인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할 정도였다.

하루하루 지쳐 힘겹게 살아가던 중 우연히 지인을 통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알게 됐고 상담을 받았다. 그 결과 원금 50% 탕감과 대학 졸업 때까지 채무 상환을 유예받을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간신히 빚 독촉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최근 취업에 성공해 성실히 빚을 갚고 있다.

빚에 허덕이는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24일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에 따르면 빚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대구지역 젊은이들이 지난해 1만 명에 육박했다. 전국 이용자 중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10.3%로 2013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표 참조)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취업 문은 좁기만 하고, 어렵사리 취업했더라도 학자금 해결 과정에서 빌린 돈이 워낙 많다 보니 채무 상환에만 몇 년씩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취업 후 생활비마저 부족해 대부업체에서 더 돈을 빌리게 되고, 잦은 이직과 실직으로 기존 대출조차 제대로 갚지 못해 대부업체에 더 의존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결국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20대에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신용회복위원회 대구지부 한창복 지부장은 "대학생도 고금리 채무 탓에 학업을 지속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용회복위원회의 대학생 햇살론 보증지원을 이용하면 고금리 대출을 4.5~5.4%대의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개인워크아웃과 프리워크아웃은 법원의 개인회생, 개인파산과 더불어 채무 조정 제도이다. 개인워크아웃은 연체 기간이 90일이 넘는 금융 채무 불이행자에게 이자를 모두 감면해 주고, 프리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30일이 넘고 90일 미만인 단기 연체 채무자를 대상으로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이자율을 인하해 주는 채무 조정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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